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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드라마 등급제 '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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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드라마 등급제 '홀대'

입력
200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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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방송위원회에 전화를 건 기자는 깜짝 놀랐다.국내에서 제작한 모든 TV드라마에 시청등급을 표시하도록 한 '드라마 프로그램 등급제'가 1일부터 시행됐는데도 방송총괄기구인 방송위가 1주일너머 현황 파악조차 안했기 때문이다.

"10월말까지 유예기간을 둔데다 채널이 워낙 많아서"라는 게 담당자의 답변이었다.

방송사도 마찬가지였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 중에서 자사 드라마에 시청등급을 붙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오히려 "월드컵이 끝나는 6월 말이 돼야 일부 드라마에서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태연스레 했다.

물론 방송위나 방송사가 이 제도를 홀대하는 배경을 이해는 한다.

방송위는 지난달 8일 "국내 제작 드라마도 TV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모든 연령 시청가' '7ㆍ12ㆍ19세 이상 시청가' 등의 시청등급을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어 방송법을 개정하면서도 방송사 준비시간을 고려해 벌칙 적용을 10월31일까지 유예했기 때문이다.

방송사로서는 '시청자 사과'나 '프로그램 폐지'같은 벌칙이 없는 상황에서 드라마 20여 편을 일일이 사전 심의해 등급을 매길 리 없다.

청소년보호시간대(오후1시~밤10시)에 방송할 수 없는 '19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가 되면 낮 시간 재방송도 할 수 없어 편성의 어려움도 클 것이다.

드라마 프로그램 등급제는 애초 청소년과 어린이를 연령대별로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벌칙이 유예돼서, 준비기간이 부족해서 제도와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논리는 결국 그 유예기간만큼 그들을 방치해도 좋다는 논리인가.

'위기의 남자'처럼 온가족이 함께 보기 곤란한 드라마를 그냥 청소년보호시간대에 놓아둔 채…. 오래된 라틴어 격언이 생각난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pacta sunt servanda)'.

김관명 문화부 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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