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대 대학원 기술경영 협동과정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중인 김모씨는 논문쓰기가 막막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이 과정은 애초 공대와 경영대 교수 20여명이 참여해 개설했지만, 실제는 전임교수 한 명 없이 고작 공대 교수 2명만이 겸임으로 지도해주는 실정.
공대 출신인 김씨는 “소속학과 학생 챙기기도 바쁜 교수님들이 협동과정 학생들에게 신경 쓸 겨를 있겠느냐”며 “협동과정 학생은 서자나 마찬가지다”며 씁쓸해했다.
학과간 공동연구를 목적으로 개설된 대학원 협동과정 상당수가 부실 운영으로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학제(學際)간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90년대 후반부터 대학별로 학과간 협동과정이 우후죽순 늘었지만, 참여교수들의 무관심, 커리큘럼 부실, 학교측의 지원 부족 등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협동과정평가위원회가 최근 처음으로 실시한 26개 협동과정에 대한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학, 인지과학 등 5~6개 과정을 제외하면 한 두 교수 중심으로 운영돼 교과목 강의 개설과 과정 운영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악교육, 기록관리학 등은 전공 교수가 아예 없고, 경영교육은 2000년 이후 강의 실적이 없었다.
또한 비교문학 등은 유급 조교조차 지원 받지 못하고, 기술정책 등 4개 협동과정 100여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행정직원이 1명에 그치는 등 행정ㆍ재정적 지원도 태부족이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 H대는 9개 학과간 협동과정 모두 과 사무실조차 마련되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비교문학을 전공하다 해외유학을 결심한 한 대학원생은 “말로는 학제간 공동 연구를 외치지만 실제는 학제간 ‘공동(空洞) 연구’로 학생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협동과정 인원을 정원외로 인정해 개설을 무분별하게 승인해준 것도 부실화에 한 몫 했다”며 “협동과정이 대학원 정원을 늘리는 편법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백희영(白喜英) 서울대 교수는 “협동과정은 기존 학과체제로 수용하기 어려운 학문분야를 도입하는 진보적 체제”라며 “교육당국과 대학측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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