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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후아유' 주연 이나영 "실제 내성격과 많이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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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후아유' 주연 이나영 "실제 내성격과 많이 비슷해요"

입력
200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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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강마른 것이 왠지 새침해 보이는 걸. 어, 옥니네. 고집도 만만찮겠어. 휴, 저 동그란 눈 좀 봐. 예쁜 척은….CF에서 보이는 이나영(23)은 또래들의 이런 험담을 만큼 예쁘고도 차가워보인다.

실제로 이나영은 예뻤다. 그러나 ‘후아유’ 주인공으로 만난 그녀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기가 힘들 만큼 달변가.

신구대 경영학과 1학년때인 4년전,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그때 픽업한 사진작가가 그러더군요. 이 계통에 오래 있지 못할 성격이라고.”

실제로 이나영은 사람을 많이 가리고,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일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을까.

“98년 7월 데뷔 후 CF 계속 촬영하고, ‘카이스트’ 같은 드라마에 나가고, 영화 ‘천사몽’ 찍고. 너무 바쁘게 몰아친 것 같아서 2001년 한해는 계약된 CF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후아유’의 기획안을 읽고는 단숨에 배역을 맡겠다고 결심했다.

주인공 인주는 국가대표 수영선수였으나 청각장애를 입은 후 수족관의 다이버가 된 여자,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만은 너무 두려워 하는 여자였다.

다이버가 되려고 3개월간 악바리처럼 연습한 이나영은 극중 인주처럼 ‘독하다’는 게 영화 제작사의 귀뜸.

“국가대표 출신이라면 물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잖아요.”

차가운 수족관 물에 진저리가 날 만큼 고생도 했다. 그 결과 이나영은 조승우와 맞춤처럼 영화에 녹아 들었다.

그녀를 수다쟁이로 만든 것은 영화에 대한 만족감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여배우들이 늘 예쁜 역만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털털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배역들을 많이 좋아해요. ‘천사몽’은 그냥 저의 겉모습만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후회는 없지만 기분좋은 것은 아니죠. 인주 역할을 맡았다는 것, 그건 완벽한 행운이죠.”

이나영이 어떤 옷을 입고 나오면 스태프들이 “이거 그냥 영화에 입고 나오라”고 할 정도로 배우와 배역은 많이 닮았다.

극중 인주는 형태(조승우)를 한방에 날려 버리는 주먹, 눈물 흘리는 걸 보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주먹으로 눈물을 훔쳐내는 성격의 소유자로 전형적인 멜로영화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이나영 성격도 그렇다. 유행하는 벨 소리에 둔감하고, 쇼핑도 잘 못하고, 인터넷도 잘 안하고. ‘애늙은이’란 별명도 있다.

“영화에서 노래방에서 술먹고 막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엔 이해가 안됐어요. 진짜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노는지. 저는 친구들이랑 치킨집에서 주로 만나거든요. 한참 설명을 듣고 연습을 한 뒤에는 정말 미친 듯이 춤을 추었죠. 근데 영화에서는 잘렸더라구요. 아유, 아까워.”

아직 차기작도 결정하지 않았다. 당분간은 ‘배우’가 됐다는 기분을 만끽해도 좋을 법한 상황이기는 하다. 대신 영어 독선생님을 구하는 중이다.

“자폐소녀가 되긴 싫어서요. 이젠 운동도 공부도 더 열심히 해 볼래요.”

박은주기자

jupe@hk.co.kr

■'후아유' 어떤영화

‘후아유’는 빠른 카메라 워킹과 많은 컷, 그리고 화려한 아바타가 부각된다.

한 눈에 보면 청춘 멜로. 그러나 막상 영화 안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진득한 물음이 이어진다.

이런 형식과 내용의 불일치는 충돌하기 보다는 흡인력을 강화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사이버 공간에서 맺어지는 사랑의 이야기지만 휘발성이 강한 요즘 영화들과는 달리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엿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채팅 게임 기획자인 형태(조승우)는 게임 테스트에 참가한 ID 별이에게 ID 멜로라는 이름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녀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수족관의 다이버 인주(이나영)였고, 장난으로 시작한 채팅이 점차 사랑으로 무르익는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별이와 멜로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현실에서의 인애와 형태의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간다.

채팅 용어가 등장하고, 화면 전면에 아바타가 보이지만 영화의 궁극적 물음은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떠올릴 만한 질문들이다.

당신은 과연 어떤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그대가 상상하고 있는 나, 내가 알고 있는 나는 같은 것일까 등.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한 건’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닷컴 신세대들에 대한 묘사는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얕지도 않게 오늘의 그들을 보여준다.

원래 기획명이 ‘접속 2’였을만큼 채팅이 주요 소재. 하지만 ‘접속’에서의 채팅이 단절과 소통의 도구였던 반면 ‘후아유’에서의 채팅은 기술적으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새로운 철학적 모티프를 제공하지 못한 게 아쉽다.

오히려 두 배우의 기대치를 훌쩍 넘는 연기력과 생동감있는 대사, 시네마스코프로 촬영한, 시야가 트이는 화면이 매력의 발원지다.

‘바이 준’의 최 호 감독 두 번째 영화.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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