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 초등학생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한 심약한 아이는 피 뽑는 게 무섭다며 엉엉 울고 있고, 한쪽에서는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가슴 엑스레이를 찍는 모습도 보인다.
또 일부 어린이들은 당 수치를 알 수 있는 소변 검사지를 들고 친구들과 장난치다 선생님에게 혼쭐이 나기도 한다. 내년이면 볼 수 있는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건강검진 풍경이다.
■ 51년만에 개선
초ㆍ중ㆍ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신체검사제도가 51년 만에 대폭 손질되고 종합건강검진이 실시된다.
정부는 8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매 3년마다 종합건강검진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체질ㆍ체격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사가 학교에 가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시진(視診)ㆍ문진(問診) 위주의 현행 체질검사제도는 1951년 시행이후 50여년 만에 폐지되고 직장인들에 실시되는 건강검진에 준하는 신체검사로 바뀐다.
복지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혈액, 소변 채취를 통한 간염ㆍ당뇨 검사, 엑스레이 결핵검사 등 종합검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신종질환 조기발견’목적
이 같은 정책변화는 현행 체질검사로는 최근 학생들 사이에 빈발하는 당뇨 등 만성퇴행성 질환을 조기 발견, 치료하기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98년부터 학교신체검사규칙으로 고교 1학년에 한해 의료기관 검진제도를 실시한 결과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초ㆍ중등학생에까지 이를 확대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끝나는 대로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상정, 통과되는 대로 내년부터 새로운 학생 건강검진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에 따라 ▦초등학교 1,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 ▦동일학년의 특수학교 학생들은 건강진단 지정의료기관에서 체질ㆍ체격검사를 받게 된다.
또 의료기관은 결과를 학교장에게 통보하고 학교는 이를 토대로 건강기록부를 작성하게 돼 건강기록부 항목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대상학년이 아닌 학생들은 체질검사를 제외한 신체검사를 학교에서 받게 된다.
복지부는 연령대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질병군을 발견할 수 있도록 검사대상 항목을 연령대에 맞춰 탄력있게 조정할 계획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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