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유상부 회장과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의 만남을 청와대(이희호 여사)가 주선했다고 발언한 포스코 대변인 유병창 전무가 7일 경질됐다.게이트 정국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유 전무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에 떠밀려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유 전무에 대한 문책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언론들이 6일 유 전무의 말을 인용해 유-김 만남에 이 여사가 개입한 것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한 직후 포철측은 청와대로부터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포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황한 포스코측은 대책회의를 거듭한 끝에 기자회견까지 열어 발언을 번복했고, 유 전무는 이튿날 사표를 제출했다. 모든 것이 유 전무 개인의 잘못으로 귀결된 셈이다.
그러나 포스코 내부에서 조차 유 전무에 대한 문책으로 '청와대 개입설'이 진화됐다고 믿지 않는 분위기다.
언론에 대해 누구보다 밝은 그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청와대를 지목하는 경솔한 발언을 했을 리 없다는 상식적 판단에서다.
그리고 온 국민의 의혹을 산 발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책임을 먼저 지우는 것은 단추를 거꾸로 끼우는 것과 같다.
내부에서는 그에 대한 인사조치가 '문책'이 아니라 '무마'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유 전무의 발언을 번복하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포스코는 평상시에는 결코 밝히지 않았을 부끄러운 내부비밀까지 털어놓았다.
기업의 극비사항인 대미로비 과정도 공개하고, 최규선씨로부터 다양한 압력과 청탁을 받았다는 치부도 공개했다. 이
희호 여사에 쏠린 의혹을 그렇게 해서라도 진화해보려는 절박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파문은 세계 수준의 명성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포스코가 여전히 국내 정치와 권력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단면이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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