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崔圭善)씨 녹취록이 공개되자 청와대는 복잡한 표정을 보였다. 범죄 피의자인 최씨의 일방적 주장이 먹혀 드는 풍토가 원망스러운 한편 최씨 같은 로비스트에 휘둘리는 처지에 자괴감을 느끼는 분위기다.더욱이 최씨와 홍걸(弘傑)씨가 포스코와 연관을 맺는 과정에서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거론되고 급기야 김대통령까지 녹취록에 언급되는 데 대해 “사건의 끝이 어디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속수무책이다. 비리 의혹에 대통령 아들들이 연루됐기 때문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사건의 파장이 국정 전반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주는 현상을 타개하려는 노력조차 포기한 인상이다.
매일 매일 해명에 급급할 뿐, 사건을 신속하게 매듭지으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홍걸씨의 귀국 문제에 대해서도 “검찰이 소환하면 그 때 가서…”라는말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청와대의 무대책, 무대응은 스스로의 권위를 추락시킨다는 시각과 함께 권력 전체의 불안정을 보여준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사실 규모만을 놓고 보면, 최씨 사건은 과거 수백, 수천억 원이 오간 권력형 비리나 정경유착 사건과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되겠지”라는 청와대의 소극적 자세가 사건을 더 확대시켰다는 한 관계자의 분석도 나오는 판이다.
한편에서는 김 대통령 내외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수사를 지켜본다는 공식입장과는 달리 사건의 전말을 밝힐 수 있는 홍걸씨를 조속히 귀국시켜 해명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