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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도시를 가다] 수원·미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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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도시를 가다] 수원·미야기

입력
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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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는 ‘시민의 힘’으로 월드컵을 치른다. 자원봉사, 민박가정, 경기장 건립을 위한 성금기탁 등 월드컵 대열에 동참한 시민이 5만명을 넘고 있다.대회개막을 1개월 앞두고 전국 기초단체로는 최초로 인구 100만을 돌파한 수원시는 시민 20명중 한 명이 직·간접적으로 월드컵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월드컵축구대회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수원시를 홈호스트 시범도시로 지정, 다른 개최도시에 홈호스트 노하우를 전했다.

시민 성금으로 지은 경기장 월드컵 개최도시로 확정된 수원시는 1998년부터 시민이 참여하는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1인 1의자 갖기 운동’을 펼쳐왔다. 시민 1인당 10만원의 성금을 받아 월드컵경기장의 의자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저금통을 쪼갠 초등학교 어린이는 물론 곗돈으로 성금을 마련한 청소원과 종교계 인사, 수원에 연고를 둔 대기업 등이 참여해 무려 40억여원을 모았다.

수원월드컵추진위원회는 이 성금으로 수원경기장의 좌석을 모두 마련하고 모금에 참여한 시민의 명패를 경기장 좌석에 부착했다. 수원시는 경기장 좌석수인 4만641계좌(40억6,410만원)를 개막전까지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 참여율 전국 최고 홈호스트 지정가정은 4,095가구. 당초 2002가구를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참여를 희망한 가정이 두 배이상 많아 시는 이들을 모두 수용했다.

수원시는 이들 민박가정을 대상으로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외국인에 대한 예절과 문화교육 등을 실시했으며 이달들어 막바지 점검중이다.

또 경기장내 자원봉사자로 1,200여명이 활동할 예정이며 경기장 외곽에서는 자원봉사자 3,600여명이 관중의 안내를 담당한다.

또 미국 브라질 포르투갈 등 수원에서 경기를 벌일 6개국의 서포터 4,000여명을 확보, 1일 대대적인 발대식을 가졌다.

관광자원도 풍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한국민속촌과 에버랜드는 수원경기장과 승용차로 불과 10~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수원경기장 뿐 아니라 서울과 인천경기장을 찾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키로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또 판문점 임진각 도라산역 등 안보관광지도 개발, 외국인들의 발길을 붙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특히 중국인관광객을 겨냥, 한-중 항공노선과 카페리호에 경기도 홍보물을 설치하는 한편 중국인요리사 20여명을 초청, 도내 유명 음식점에 배치했다. 이와 함께 대회기간에 ▦수원화성 국제 연극제 ▦수원 양념갈비축제 ▦정명훈과 함께 하는 수원 국제음악제 등 각종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유완식 수원월드컵추진 상황실장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 돼 성공적인 월드컵을 기대한다”면서 “수도권의 지리적 환경과 관광자원 등을 최대한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홈 호스트 신청 우영희씨▼

“국가적인 행사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홈 호스트를 신청했는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우영희(37)씨는 누구보다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린다. 매일 집안과 직장일로 쫓기지만 미국에서 올 손님을 맞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는데 여념이 없다.

우씨 집을 찾을 손님은 미국인 제임스(40)씨와 아들(8)이다. 우씨는 무엇보다 이들에게 한국의 따뜻한 정과 전통문화를 소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임스씨와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교환한 우씨는 “제임스 부자가 수원주변 관광을 원해 스케줄도 잡아놓았고 좋아하는 음식까지 알아뒀다”며 “마침 집 앞 만석공원에서 각종 문화공연이 펼쳐져 이들과 함께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신교신자인 우씨 가족은 제임스 부자와 교회에도 함께 갈 예정이다. 우씨는 특히 둘째 지훈(9·초등 2년)군과 제임스씨 아들이 또래여서 더욱 반갑다.

월드컵 덕분에 아들이 미국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돼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축구장으로 나들이를 갈 정도로 축구팬인 우씨는 “제임스씨 가족하고 함께 미국 경기를 보러 가고 싶은데 입장료가 너무 비싸 걱정이다.

혹시 미국 경기가 열리는 날 경기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미국을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씨는 “영어를 잘 못해 걱정되지만 마음만 통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미야기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자리한 미야기스타디움은 초승달 모양의 지붕이 특징이다. 양끝이 땅에 닿을 만큼 길게 이어져 있는 초승달 지붕은 에도시대 이 지방 영주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의 투구장식을 형상화한 것이다. 또 반대편 지붕과 어울려 소용돌이치는 은하를 상징하기도 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병했던 마사무네는 1602년 센다이에 성을 짓고 마을을 건설했는데 1613년에는 일본 최초의 해외사절단을 보내 교황을 알현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탈리아팀이 이곳에 훈련캠프를 차리는 까닭도 당시 일화를 예로 들며 설득한 지사의 설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숲과 물이 풍부한 미야기현은 이번 월드컵을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호쿠(동북) 지역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경기장 지붕을 초승달로 설계한 이유도 이곳을 유럽에 소개한 마사무네의 뜻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광케이블을 개발했고 반도체와 금속연구에서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도호쿠대학은 단연 미야기현의 자랑이자 저력이다.

하지만 미야기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부지원을 겨냥해 경기장을 종합운동장(4만9,133석)으로 건설, 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지고 외곽에 있어 접근성도 나쁘다.

경기도 멕시코-에콰도르(9일), 스웨덴-아르헨티나(12일)와 16강전 등으로 타경기장에 비해 관심이 덜하다.

무엇보다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자원봉사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대다수 관중은 낮에 경기를 보고 신칸센으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도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낙관적이다. 일단 월드컵 개최도시로 뽑힌 데 이어 이탈리아 훈련캠프를 유치한 것은 기적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제 남은 것은 천혜의 관광자원과 하이테크가 공존하는 미야기현을 알리는 일 뿐이다.

미야기현에는 일본 3대절경중 하나인 마스시마(松島)가 있고 이곳 입구 즈이간지(瑞嚴寺)에는 마사무네가 조선에서 가져온 매화나무 두 그루가 세월을 이겨내고 있다.

와카나야기초에는 안중근의사가 이곳 출신 간수에게 준 글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올해 1부리그로 승격한 이 지역 연고팀 베갈타가 승승장구해 미야기현의 기쁨은 더하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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