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야구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배트와 채를 사용해 볼을 때린다. 다른 구기종목은 손이나 발을 이용하지만 야구와 골프는 장비를 사용한다. 또 멘탈스포츠라는 점도 유사하다. 심리적인 면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스포츠보다 크다.야구볼의 실밥이 108개인데 골프 홀컵의 지름이 108㎜라는 것도 묘하다. 불가에서 백팔번뇌라는 말도 있고 해서 야구 꽤나 아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몰라도 야구선수출신 가운데 골프를 잘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본의 유명한 프로골퍼중에는 프로야구 선수출신이 여럿 있다.
국내에도 내로라하는 야구선수출신의 레슨프로가 있다. 나도 골프를 꽤 즐기는 편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투수출신이 타자출신보다 잘치는 편이다.
장황하게 골프얘기를 하는 것은 6일 최경주가 한국선수 최초로 미 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골프와 야구가 너무나 닮은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에는 희생타라는 게 있다. 누상의 주자를 다음 베이스로 진루시키는 번트나 외야플라이를 희생타라고 한다. ‘희생타나 희생플라이가 필요할 때 번트안타를 시도하지 마라’는 불문율이 있다.
1사나 무사 상황에서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감독은 어떤 작전을 펼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상황에 따라 강공을 할지 희생번트카드를 써야 할지를 선택하게 된다. 중심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번트보다 강공을 택한다. 외야플라이만 때려도 1점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상대의 허를 찔러 번트사인을 내기도 하지만 실제 성공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요행수는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치를 대가는 엄청나다.
다시 골프얘기로 돌아가 보자. 파4나 파5홀에서 친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깊은 러프 또는 벙커, 해저드 등에 빠진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마추어 골퍼는 없다. 골프를 좀 치는 아마추어라면 장애물 지역임에도 곧바로 온그린을 노리는 욕심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가 오히려 장애물 지역에서 탈출도 못해 여러 타를 까먹는 경우를 종종봤고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반면 1타를 손해보는 셈치고 주위의 페어웨이에 안전하게 볼을 보낸 뒤 서드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우회의 방법을 택하는 게 훨씬 이득이 될 때가 많다. 야구의 희생타를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수월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구성(球聖)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는 “나는 지금까지 이긴 게임에서 배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배운 것은 전부 진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것을 모르면 손해”라는 말이 있듯이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반면교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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