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며 한때 1280원대마저 붕괴된 6일 서울 주식시장은 폭락과 반등시도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달러 수급 구조상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 보통 원ㆍ달러 환율은 오르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량 순매도하는데도 오히려 환율은 하락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증시 전문가들은 환율과 주식시장은 역상관 관계가 있는 만큼 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주춤해지면서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에다 국내 수출 회복에 따른 무역흑자 증가와 월드컵으로 인한 무역외수지 개선으로 달러수급 여건까지 좋아져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행진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의 환율하락이 달러화 약세라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미국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만큼 뉴욕 증시가 불안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우리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세종증권 윤재현 연구원은 “최근의 달러가치 하락은 단기적인 달러수급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직접투자자금 유입감소에 따른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전세계적 추세”이라며 “만약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기 시작하면 국내 원ㆍ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선 원화절상 추세가 계속될 경우 환차익이 생기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노리고 한국 주식시장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경제연구소 문병식 연구원은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약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원화절상이 장기 추세적으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은 물론 환차익 메리트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외국인들은 지난 주말부터 코스닥시장에서 2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이틀째 주식을 사들였다.
다만 원화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신흥증권 정상철 연구원은 “수출이 환율의 영향을 받지만 그렇게 민감한 것은 아니다”라며 “98년 1월부터 2002년 4월까지의 환율과 수출증가율간 상관관계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0.46으로 경기 확장국면에서는 환율이 수출경기 침체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원달러 환율이 계속 낮아질 경우 외화부채가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한진해운 등 항공ㆍ해운주와 한국전력, SK, INI스틸 등 원자재 수입물량의 달러결재 수요가 많은 석유화학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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