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달러’가 흔들리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달러 당 1,332.00원을 고점으로 속락, 6일 1,281.20원을 기록하는 등 불과 20여일 만에 50.80원이나 떨어졌다.특히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오전 한때 1,270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하락 폭이 커지면 이제 막 회복기에 접어든 수출에 또다시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달러화 ‘팔자’ 우위
원ㆍ달러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약세 현상이다. 3월말과 비교할 때 4월말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3.2%, 유로화에 대해 3.27%, 싱가포르 달러에 대해 1.44%씩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에 대해서는 3월말 1,325.90원에서 4월말 1,294.00원으로 약 2.6% 하락했다.
이는 미국 경제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올해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작년 4.1%에서 0.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 추가 하락을 예상한 기업들이 높은 가격에 달러화를 팔고 나중에 낮은 가격에 되사기 위해 달러 ‘팔자’행진에 나섰고 미래에 달러를 팔려던 기업들도 비쌀 때 팔기 위해 ‘선매도’에 나섰다. 달러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서 환율 하락을 부추긴 것이다.
◈ 원ㆍ달러 어디까지 하락할까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미 환율이 크게 떨어진 데다 외국인들이 주식매도자금을 달러로 바꿔 나갈 여지가 남아 있어 환율 내림세가 차츰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 외환딜러들은 대부분 달러당 1,250~1,26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작년 평균환율이 1,290원인 점, 경상수지 흑자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향상 등으로 원화 강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1,270~1,280원대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작년 평균환율에 비해 30원가량 떨어져 1,260원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수출 전선엔 이상 없나
엔화 강세 폭이 원화 절상 폭보다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는 아직 큰 문제가 없다. 대미 수출 경쟁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대만 일본 등 주변국 화폐 역시 모두 동반 절상됐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연초부터 원ㆍ달러 환율 1,200원대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짰다”며 “그동안 환율이 1,300원대를 유지한 것은 오히려 높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 강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에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환 리스크 회피(헤지)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아직까지 환율 급락에 무방비로 노출돼있어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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