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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비 어디서 본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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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비 어디서 본듯한데…"

입력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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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비디오도 표절 시대?뮤직 비디오가 음반의 필수품이 되면서 이미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뮤직 비디오의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 박고테 프로젝트의 ‘착각의 늪’이 미국 가수 로저 산체스의 ‘Another Chance’를 베꼈다는 의혹을 산데 이어 최근 뮤직 비디오를 발표한 여성 3인조 신인 그룹 스위트의 ‘I’ll Be There’은 미국 여성 3인조 TLC의 ‘No Scrubs’를, 남성 3인조 보이 클럽의 ‘초록비’는 영국 그룹 테이크 댓의 ‘Back for Good’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 편의 외국 뮤직 비디오는 모두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박고테의 ’착각의 늪’은 여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빨간색 하트를 들고 다닌다는 설정에서부터 작아졌던 하트가 찻집에서 만난 남자로 인해 엄청나게 커졌지만 막상 그 남자는 여자의 마음이 부담스러워 떠난다는 결말이 똑같다.

또 계단이 있는 집 앞에서 남자를 기다리는 부분은 장면까지 같다. 차이는 로저 산체스의 것이 현대적인 분위기라면 박고테의 작품은 흑백화면의 복고풍 코미디라는 것 정도.

스위트의 ‘I’ll Be There’와 보이 클럽의 ‘초록비’는 스토리 대신 장면 장면이 유사하다.

스위트와 TLC의 뮤직 비디오는 똑같이 여성 3명이 은색, 검정색의 우주복 같은 의상을 입고 노래한다.

야광 조명이 켜진 우주선 분위기에 팀 이름이 크게 새겨진 배경도 비슷하고 춤 동작, 몸 동작마저 엇비슷해 스위트의 뮤직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TLC를 떠올리게 된다.

보이 클럽도 테이크 댓 뮤직 비디오의 빛바랜 듯한 영상과 오두막 배경, 비를 맞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이처럼 비슷한데도 선뜻 표절 딱지를 붙이기란 쉽지 않다.

노래나 영화, 드라마와 달리 뮤직 비디오는 표절의 기준은 물론 표절에 대한 의식도 별로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이 클럽의 매니저는 아예 “테이크 댓의 뮤직 비디오가 너무 좋아 그대로 따라 하려 노력했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다.

스위트도 단지 TLC를 참고로 삼았다고 주장하고 박고테는 표절 의혹이 일자 “제작 전부터 당당하게 밝힌 패러디”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풍자도 없고, 원작자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뮤직 비디오끼리 일부 장면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패러디라기보다는 표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한 때 유행했던 드라마형 뮤직 비디오는 돈도 많이 들고 식상한 만큼 외국 뮤직 비디오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모는 커졌지만 아이디어는 빈곤한 한국 뮤직비디오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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