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PGA우승 최경주…'갯마을 촌놈' 투지로 세계 정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PGA우승 최경주…'갯마을 촌놈' 투지로 세계 정복

입력
2002.05.07 00:00
0 0

‘갯마을 촌놈’이 골프채를 잡은 지 14년. 아내(김현정ㆍ31)와 아들(3)의 손을 잡고 무작정 태평양을 건넌 지 3년째….6일 미 프로골프(PGA)투어 컴팩클래식 4라운드 18번째 홀컵에 볼을 홀인시킨 최경주(崔京周ㆍ32ㆍ슈페리어)는 그린으로 달려 온 아내를 얼싸안고 파란 눈의 갤러리들을 앞에 한 채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하늘의 별따기’라는 PGA무대에 우뚝 서는 순간이다.

1970년 전남 완도 태생인 최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완도수산고 1년 시절. 체육교사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이후 초등학교와 중학 시절 축구ㆍ씨름ㆍ역도로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해 갔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기질을 타고 난 그는 아버지가 모는 경운기를 타고 연습장을 찾았고 백사장에서 벙커샷을 갈고 닦았다.

그러나 기질과 끈기가 재산이었던 그에게 ‘머니(Money) 스포츠’ 골프에서의 역정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 한서고로 전학,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인 골프인생을 시작했지만, 추위과 설움을 견뎌내야 했다.

완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아버지 최병선(崔炳善ㆍ59)씨는 “기숙사에 들러보니 겨울인데도 찬 다락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회고했다.

프로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고액 레슨도 ‘그림의 떡’이었다. 그는 대신 독학을 택했다.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톰 왓슨 등 외국 유명 프로들의 레슨비디오를 구해 스윙을 모방하며 스윙을 만들어갔다.

”아침 6시30분이면 일어나 매일 3,000개 이상을 쳤을겁니다. 그래도 공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저녁을 거르고 연습한 적도 숱하지요.”

피나는 독학 덕분에 93년 8월 프로테스트 응시, 단번에 합격했다. 2년뒤 팬텀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96, 97년 국내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가 미국 진출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96년부터. 그해 상금랭킹 1,2위가 월드컵대회에 출전하기로 돼 있는 상황에서 협회측이 합당한 근거없이 그를 제외하면서 ‘운동도 실력 보다는 배경’이라는 생각이 미국행을 더욱 앞당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99년 일본투어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 간 그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35위로 통과했지만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차를 몰고 지도에 의지해 경기장을 찾다가 길을 잃기 일쑤였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고달픈 투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컷오프 탈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갯마을 촌놈’의 투지는 PGA에서도 통했다. 이제 탱크처럼 ‘메이저 대회 우승’을 향해 다가가는 그의 발걸음이 믿음직해 보인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