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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다큐, 과학과 친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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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다큐, 과학과 친해지다

입력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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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은 TV 다큐멘터리가 가까이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었다.실험실에 쳐 박힌 연구원의 얼굴과 대자연속의 곤충들 중 TV는 단연 후자를 택해왔다.

최근 생명공학(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TV 다큐멘터리는 자연과 시사와 역사에만 눈을 고정시켜왔다.

4월7일 첫 방송해 지금까지 5회를 내보낸 KBS2 ‘차인표의 블랙박스’(일요일 밤10시ㆍ사진)는 그런 TV 다큐멘터리의 매너리즘을 탈피하려 애쓴 프로그램이다.

다중인격장애(4월7일), 비만과 유전(4월14일), 머리카락에 담긴 비밀(5월5일) 등 기존 다큐멘터리가 놓친 ‘과학’이라는 영역을 ‘과학적인’ 접근방법으로 다뤘다.

5일 방송한 ‘머리카락, 0.1㎜의 비밀’(연출 고영규)은 머리카락으로 그 사람의 생활환경과 병력(病歷)까지 알 수 있다는 것.

최근 가수 코요태의 김 구, 탤런트 성현아가 모발검사를 통해 마약복용 혐의가 드러난 데 따른 대중의 호기심을 반영한 듯, 과학적 실험을 통해 머리카락에 담긴 여러 비밀을 파헤쳤다.

놀랍게도 400여년 전 죽은 한 양반 가문 여성의 신원과 병력까지도 머리카락 성분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재료는 남편의 무덤에서 발굴된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

머리카락에서 아연과 마그네슘 등 필수 미네랄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자, 제작진은 그 여성이 임신과 남편의 장기간 장례절차로 피로가 누적되고 영양결핍에 시달린 사실을 밝혀냈다.

또 머리카락에서 납과 알루미늄 등 중금속이 기준치보다 3배 이상 검출된 것은 놋그릇을 자주 사용한 양반계층이기 때문이라는 유추해석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곁들였다.

실험이나 인터뷰 등 진행상황의 묘사에 관한 한 다른 어떤 매체보다 힘을 발휘하는 TV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강간치사사건을 재연하는 장면에서는 선정적 의도가 엿보였고, 다중인격장애를 다룬 첫 방송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소재 자체가 과학보다는 미스터리에 가까웠다.

진행을 맡은 탤런트 겸 영화배우 차인표의 시선처리도 아직은 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소재를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접근하려 한 제작진의 노고는 높이 살 만하다.

특히 연예인들의 ‘놀자판’으로 변한 오락 프로그램과 천편일률적인 다큐멘터리가 넘쳐 나는 요즘에는.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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