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6일 대국민사과를 했다는 사실은 아들들 문제에 대해 마음의 정리를 끝냈음을 의미한다.김 대통령은 “저희 내외도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검찰 수사를 통해 엄정하게 처리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엄정한 처리’라는 말에는 아들들의 사법처리를 각오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대국민사과가 나오게 된 것은 아들들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아들들 문제는 적당한 미봉으로 덮어질 수 없게 돼 있다. 피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상황이 더 악화하고 혼미해진다면, 차라리 맞을 매는 빨리 맞는 것이 현명하다는 인식을 한 것을 여겨진다.
당장 눈 앞에 다가온 월드컵도 김 대통령의 결심을 재촉했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 기간에도 아들들 문제가 매듭되지 않고 계속 정국현안으로 남는다면 국가위신 추락과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몰려드는 외국인들에게 추악한 정쟁, 부끄러운 권력의 치부를 보일 수 없기 때문에 아들들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을 필요성이 있었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대통령이 ‘엄정한 처리’까지 언급한 이상 검찰이 주저할 이유는 없어졌으며 아들들에 대한 소환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홍업(弘業) 홍걸(弘傑)씨의 검찰 소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아주 내밀하게 준비하는 일이지만, 사실관계의 확인부터 변호사 선임 문제나 검찰 출두 방식까지 세세한 사항들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에 있는 홍걸씨의 조기 귀국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홍업씨를 내주 소환한다면 홍걸씨의 귀국도 그 즈음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들들 사법처리가 매듭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대략적이지만,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기미가 감지된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이 대국민사과 성명에서 ‘부패척결’을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사법처리 된다면, 그 엄격한 잣대가 다른 사안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그 동안 정치인들이 연루된 비리의혹 사건들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대통령 아들들까지 사법처리 하는 마당에 다른 사건들에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