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론’은 20여년간 전략에 관한 한 가장 탁월한 연구를 해 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마이클 포터의 논문집이다.필자가 연구에 소비한 20여년과 거의 일치하는 시기에 경쟁과 전략의 현장에 몸담았던 기업인으로서, 특히 세계가 감탄한 고도성장과 IMF체제라는 위기상황을 겪었고 한 때 서구경영의 모방이라고 그가 비판한 한국의 기업인으로서, ‘경쟁론’은 관심이 가는 책일 수밖에 없다.
책에서 포터는 경쟁과 전략의 핵심을 한 업종의 기업전략에서 출발해 글로벌 전략과 국가 경쟁력까지 확장하고, 나아가 사회이슈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내고 있다. 그의 주장 중에는 한국의 기업상황에서 고려해 볼만한 의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그는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방법을 취하는 독창적인 전략개발, 즉 전략적 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비용절감 등 운영효율성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왔지만 이것은 결국 모든 기업이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게 되어 생산성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목표점 창조’ 전략을 세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아직도 상당수의 한국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현황에 비추어, 의미 있는 지적이다.
둘째, 기업의 다각화에 있어서 ‘연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다각화를 위해 새 사업을 선택할 때는 기존사업과의 연계에서 오는 이익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사업의 핵심역량을 고스란히 가져가야 한다는 SK주식회사의 사업다각화 방침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셋째, 필자는 선진기업의 필수요건으로 글로벌전략을 꼽으며 입지와 국제네트워크라는 두 차원의 전략을 제시한다. 투입 비용을 낮추고 해외시장 진출에 용이한 입지를 고려해 지역을 선정하되 분산된 기업활동을 특성에 맞추어 효율적으로 조정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론들에 비해 아직 보편적인데 그치는 것이 흠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전략에 취약한 만큼, 향후 이론전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그가 초지일관 역설하는 것은 ‘똑똑한 경영자’가 이끄는 ‘뭔가 다른 기업’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진리이다.
그 역시 철저한 경제학자이어서 모든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모양이지만 그가 그토록 주장하는 차별화 전략이라는 것이 결국은 현실에서 ‘경영자의 판단의 몫’임은 명백하다.
경쟁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는 마이클 포터, 기업인이 현실속에서 경계해야 할 것을 논리정연한 어조로 지적해내는 그의 논문을 읽어보며 나는 한 기업의 CEO로서 책임감과 경쟁력에 대해 차분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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