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는 세종, 북극에는 다산.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노르웨이령 스발바드 군도의 니알슨에 ‘대한민국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세웠다.
북위 78도55분. 극한의 공간에서 대기, 해양, 지질학 등 지구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기초과학 연구가 시작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88년 2월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기지가 들어선 지 14년 만에 남ㆍ북극 양쪽에 과학기지를 갖추게 됐다.
지구 육지 표면적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남극 대륙과 달리 북극은 북미와 유라시아 대륙에 둘러 쌓인 해양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7월 평균기온이 10도인 등온선 이북 지역이나 북위 66도33분 이상의 북극권을 북극 지방이라고 부른다.
물론 북극해는 대부분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 조류, 바람, 해류의 영향에 의해 갖가지 크기로 부서져 일정하게 움직이며 떠 있는 부빙(浮氷)이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센터 남상헌 박사는 “극지는 일반인이 거주하는 중위도, 고위도 지역과는 달리 자연환경변화에 민감하다”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오로라 현상, 고층대기 관측, 에너지 광물 자원 등의 연구를 통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극과 북극은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문명 오염이 지구상에서 가장 적다. 조그마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대기, 해양, 지질 등 지구의 모든 환경을 관측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설치되는 다산 과학기지도 고층 대기환경 변화, 빙하, 부존 자원 연구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우선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북극 지방의 고층대기 움직임부터 연구할 계획이다. 북극은 지구의 기상, 기후, 해류의 순환 등 지구의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기상학자들은 북극을 ‘지구의 기후를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과 북미지역 뿐만 아니라 국내 기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 북극의 고층대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북극의 고층대기가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까지 영향을 미쳐 기후에 이상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만큼 북극 지방의 기상현상 연구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반도체 내 초절연체나 금속합금, 원자로 제작 등에 사용하는 탄탈륨(Ta), 나유비윰(Nb) 등의 원소가 포함된 휘유금속 광물을 탐사하는 작업도 계속하게 된다.
또 지구 전체의 기후 변화와 대기성분의 변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인 북극권 빙하 연구도 중요한 작업이다.
‘냉동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는 빙하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확한 연대 측정을 거치면 지구환경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기록 복원이 가능하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환경 오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를 규명하는 대표적인 실험공간이다.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다녀온 한국해양연구원 김예동 책임연구원은 “이미 16차례나 월동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남극 세종기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시기마다 북극권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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