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미-
시든, 시드는 오렌지를 먹는다
코끝을 찡 울리는 시든, 시드는 향기
그러나 두려워 마라
시든, 시드는 모든 것들이여
시들면서 내뿜는 마지막 사랑이여
켰던 불 끄고 가려는 안간힘이여
삶이란 언제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에도
남아 있는 법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는 내 사랑의 이빨로
네 속에 남은 한줌의 삶
흔쾌히 베어 먹는다
■시인의 말
시든 오렌지를 베어 먹으며 눈물과 웃음을 함께 맛보았다. 말라가면서도 오렌지 고유의 향기를 잃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그 모습에서, 삶의 무한한 연민과 긍지를 느꼈다. 삶은 사라져 소멸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약력
▦ 1957년 부산 출생
▦ 1990년 ‘작가세계’로 데뷔
▦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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