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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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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오렌지

입력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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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시든, 시드는 오렌지를 먹는다

코끝을 찡 울리는 시든, 시드는 향기

그러나 두려워 마라

시든, 시드는 모든 것들이여

시들면서 내뿜는 마지막 사랑이여

켰던 불 끄고 가려는 안간힘이여

삶이란 언제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에도

남아 있는 법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는 내 사랑의 이빨로

네 속에 남은 한줌의 삶

흔쾌히 베어 먹는다

■시인의 말

시든 오렌지를 베어 먹으며 눈물과 웃음을 함께 맛보았다. 말라가면서도 오렌지 고유의 향기를 잃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그 모습에서, 삶의 무한한 연민과 긍지를 느꼈다. 삶은 사라져 소멸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약력

▦ 1957년 부산 출생

▦ 1990년 ‘작가세계’로 데뷔

▦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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