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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난동진압 묘안 백출… 그물총으로 훌리건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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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난동진압 묘안 백출… 그물총으로 훌리건 잡는다

입력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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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이 그라운드의 난동꾼 ‘훌리건(hooligan)’ 대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한국이 미국팀 경기로 테러에 민감한 반면, 일본은 ‘훌리건의 원조’인 잉글랜드전이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훌리건 난동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찰과 월드컵 개최지 자치단체들은 갖가지 아이디어와 장비들을 동원해 훌리건 난동을 제압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 가운데 가장 호평받는 것은 최근 삿포로 경찰이 고안해 낸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는 그물 총. 삿포로는 월드컵의 빅 이벤트인 잉글랜드 대 아르헨티나전과 독일과 이탈리아 경기가 펼쳐지는 곳으로 월드컵 개최 도시 가운데 훌리건 난동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인 축구 앙숙인데다 포클랜드 전쟁의 응어리가 남아있어 훌리건이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난동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삿포로 경찰이 도입한 ‘넷 건’으로 불리는 이 그물 총은 공기압을 이용, 25㎡의 그물망을 발사해 훌리건들을 일망타진한다. 특히 사정거리가 비교적 길어 5m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훌리건들을 향해 발사될 수 있고 길이 70cm에 5kg정도 무게로 휴대도 간편하다.

삿포로 경찰은 조만간 20개의 그물총을 주문, 모의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삿포로 경찰 월드컵 담당 마사츄구 오기 팀장은 “무술 경관을 배치하고 폭동 진압 훈련도 하고 있지만 일본인보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유럽 훌리건을 제압하는데는 그물총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가 나이지리아와 3차전을 치르는 오사카에서도 약 700여명의 경찰이 물대포와 방패 등을 동원, 훌리건 제압 훈련을 하고 있다. 오사카 경찰은 일본인보다 손목이 굵은 외국인 훌리건 체포를 위해 특수수갑을 제작할 예정이다.

일본 경찰은 또 ‘손 올려(Put your hands up)’와 같은 폭동진압에 필요한 영어도 열심히 익히고 있다. 일본정부도 축구경기와 관련한 난동 전과가 있는 해외 관객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영국 등 유럽 정부에 훌리건의 출국자체를 봉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심지어 자위대의 월드컵 안전근무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요코하마시는 좌석 배치에 다라 입장과 퇴장을 달리하고 고베는 지하철역을 따로 배정하기로 했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첫 경기가 열리는 사이타마시는 경기장내 술 판매 금지는 물론 경기가 열리는 5월2일을 전후해 경기장 주변 가게와 점포에서 술을 팔지 않도록 권고해놓고 있다.

조직위는 또 훌리건 노하우가 풍부한 잉글랜드와 독일 러시아에 요청, ‘훌리건 감별사’인 전문 수사관을 대거 영입해 공항과 경기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일본이 이처럼 훌리건에 신경을 쓰는 것은 대회 초반 잉글랜드 전에서 최악의 난동이 발생할 경우 월드컵 전체 분위기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

1985년 5월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잉글랜드 리버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정전 도중 과격한 영국팬 수천명이 이탈리아 응원단으로 돌진, 펜스가 무저지면서 39명이 압사하고 250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또 2000년 4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UEFA컵 준결승전 후 시내에서 영국 축구팬과 터키 관중이 격렬하게 충돌, 영국 축구팬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유럽에서는 훌리건과 관련한 크고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스포츠경기와 관련한 난동 진압 경험이 거의 없는 일본 경찰로서는 각국의 열성 축구팬들이 몰려드는 월드컵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일본경찰은 특히 가짜 훌리건까지 동원, 각 경기장에서 실제상황을 방불케하는 모의연습을 수차례 실시하는 등 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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