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의혹 등 여권을 밀어붙일 호재를 갖고도 속앓이를 하는 묘한 처지에 몰렸다. 권력형 비리가 노풍(盧風)도 잡고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에서도 힘을 발휘할 여권의 약한 고리임은 틀림없지만 공세를 이어갈 묘책이 마땅찮은 탓이다.물론 당은 대외적으로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총력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은 2일 “대통령의 사과와 세 아들의 구속까지 관철시키겠다”며 장외투쟁은 물론 국정조사, 특검제, TV청문회 등 원내투쟁 계획까지 밝혔다.
당은 첫 조치로 3일 청와대 앞에서 1시간 넘게 항의농성을 벌였다. 8일에는 부산에서 장외규탄대회를 연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의 인화성을 믿고 줄줄이 장외투쟁 계획을 짜놓고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외투쟁만 고집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이다. 더구나 월드컵대회가 맞물려 있어 자칫 “국가 대사를 망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당이 내심 장외투쟁보다 원내투쟁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국정조사, 특검제, TV청문회 중에서 하나라도 성사시킨다면 별 부작용 없이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월드컵, 지방선거 등 향후 일정에 상관없이 8월 국회의원 재ㆍ보선은 물론 대선전까지도 권력형 비리를 정국의 제1이슈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당의 기대대로 되려면 자민련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않다는 게 당의 고민이다. 당에선 주초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한나라당과는 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한 데 의미를 두지만 자민련 당론은 여전히 “특검제 도입 반대”이다.
JP측은 “DJP 공조와 같은 형태의 한ㆍ자 공조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한나라당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도울 순 없다”는 쪽이다. 이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현재로선 원치 않는 그림이다.
이 전 총재는 현 단계에서 JP와 손잡을 경우 노 후보가 말하는 신민주 연합론의 명분만 키워줄 뿐 자신은 별로 득 볼게 없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궁여지책으로 16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 자민련에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직 등을 배려하는 등의 대안을 검토하지만 자민련은 냉랭하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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