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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제정 55주년 / 日 다시 불붙는 개헌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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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제정 55주년 / 日 다시 불붙는 개헌논쟁

입력
200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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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로 패전 후 제정된 일본의 헌법이 55주년을 맞았다. 여기에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상정한 유사(有事)법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어 일본에 다시 개헌논쟁이 가열되고 있다.이른바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은 제9조에서 전쟁을 포기하고 군 전력 및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군사 동맹국과 전시 공동 군사행동을 하는 ‘집단적 자위권’도 보유하고 있지만 행사는 할 수 없다는 게 지금까지 정부의 헌법 해석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은 1992년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을 만들어 ‘군대 아닌 군대’인 자위대를 캄보디아에 파견한 이후 PKO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 지난해 9ㆍ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특별조치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자위대 함정이 현재 인도양에서 미군의 ‘대 테러 전쟁’의 후방 지원을 맡고 있다.

더욱이 무력공격 사태 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 자위대법 개정안 등 유사3법안은 자위대의 합법적 활동 근거를 확대하고 출동 조건을 완화하는 등 그동안 헌법이 공백으로 두고 있던 ‘전시’를 구체적으로 대비하는 법안이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가능한 서둘러 주일미군활동 지원 법안을 추가 상정할 것을 미국측에 약속한 상태다.

일본의 안전보장ㆍ국제협력과 관련된 현실이 헌법과 모순된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핵심 논리다. 전쟁포기의 정신은 남겨두되 자위대의 존재와 집단적 자위권의 허용 등은 최소한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론의 바탕에는 물론 패전 후 미군 점령기에 강제된 헌법을 개정해 명확히 군사적 주권을 갖는 ‘보통 자주국가’를 만들고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등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정치 대국’으로 나가야 한다는 강대국 전략도 깔려있다.

호헌론자들은 일본의 전쟁 책임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에서 성립된 평화헌법이 전후 일본의 발전을 지탱해 온 근간이며 개헌은 또다시 일본을 전쟁에 휘말리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한다. 이밖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환경권, 국민의 알 권리, 외국인의 권리 등을 헌법에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개헌 논쟁에 포함돼 있다.

전후 세대가 사회의 주력을 차지하면서 과거 금기나 다름없던 개헌에 대한 여론도 변화하고 있다. NHK가 헌법 시행 55주년에 맞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8%, 필요없다는 의견이 23%로 나타나 10년 전에 비해 개헌 찬성이 23%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헌법9조의 개정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30%, 필요없다는 의견이 52%로 여전히 신중한 상태다.

정치권은 자민당 보수당 자유당 등이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과거 개헌에 거부감을 보여왔던 민주당과 공명당은 개헌 논의를 해보자는 ‘논헌(論憲)’으로 돌아섰다.

공산당과 사민당만이 호헌 입장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3월 실시한 국회의원 상대 여론조사에서는 71%가 개헌에 찬성했고 54%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헌론과 집단적 자위권 명기를 내걸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의 정치력이 약해져 2000년 중의원에 설치된 헌법조사회가 6월 발표할 중간보고는 지금까지 헌법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일본의 군사 관련 일지▼

1947년 헌법 시행

1954년 자위대 발족

1977년 방위청 유사법인 연구 개시

1991년 걸프전 종전 후 자위대 소해정 페르시아만 파견

1992년 PKO협력법 제정,캄보디아에 자위대 파견

19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미일방위협력을 위한지침(가이드라인)개정 합의

1999녀 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신 지침(신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주변사태법 제정

2000년 국회 중·참 양원에 헌법조사회 설치

2001년 4월 고이즈미 정권 발족,집단적 자위권 명기 개헌론 제창

2001년 10월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제정

2001년 11월 인도양에 대 테러 지원 자위대 함정 파견

2002년 4월 유사법안 국회 상정

■'총리 公選制'도 쟁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해 4월 취임 때부터 주창해 온 개헌론에는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총리 공선(公選)제’ 논의가 들어있다.

지금의 헌법 규정대로 총리를 의회에서 뽑지 말고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아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스라엘형 총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사적 자문기관으로 ‘총리 공선제를 생각하는 간담회’를 설치해 오는 여름까지 공선제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도 “지금의 제도 하에서 총리권한을 강화하면 된다”는 등 정치권에는 반대론이 더 많다.

보수파는 상징천황제와 ‘대통령형 총리’의 위상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도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로 흐를 수 있다”거나 “사실상의 대통령격인 총리의 전횡이 우려된다”는 등 반대 입장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 하락으로 총리 공선제가 당장 힘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선거 때 각 당이 총리 후보를 미리 공개하고 선거를 치르는 방안 등이 각 당 선거대책 수준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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