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매각협상 결렬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D램 현물시장에선 ‘패닉’에 가까운 투매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업계 판도에서 새로운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가격폭락
전통적 비수기에 하이닉스 악재까지 겹치면서 현물시장은 사실상 ‘패닉’ 상태다. 128메가 SD램 평균가격은 지난달말 3달러 벽을 붕괴시킨데 이어 3일 2.80달러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하이닉스 매각결렬로 가격하락을 예상하는 업체와 딜러들이 물량을 대거 쏟아냄에 따라 일부에선 개당 2.2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점은 D램 메이커들이 PC 업체에 공급하는 고정거래가격. 아직까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고정거래가는 4.5달러 이상이지만, 현물 폭락으로 괴리가 너무 커져 이달 상반기중 고정거래가 인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이달안에 삼성전자는 4달러 초반, 하이닉스는 3달러 후반까지 고정거래가격이 내려갈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바닥시점을 대략 7월초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증권 진영훈 애널리스트는 “회복기로 접어들 하반기의 안정적 물량확보를 위해서라도 PC메이커들이 D램 가격을 무조건 후려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물가격은 2달러대 초반, 고정거래가는 3달러대 초반에서 최종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안은 연평균 4.3달러(고정거래가 기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만약 하반기에도 고정거래가격이 3달러 대에서 움직인다면 하이닉스의 자력생존구상은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판도변화
삼성전자에 이은 D램 업계 2위 자리는 마이크론도, 하이닉스도 아닌 독일 인피니온에게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2월초 하이닉스로부터 ‘러브 콜’을 거절당한 이후 인피니온은 대만 업체들과 집중 접촉, 윈본드, 모젤 바이텔릭, 난야 테크놀로지 등 3개 업체와 잇따라 전략적 제휴에 성공했다.
300㎜ 웨이퍼 투자를 선도하고 있는 인피니온은 대만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지난해 10% 안팎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금명간 20~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며 이 경우 마이크론(작년 점유율 19%)과 하이닉스(14.5%)를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이 진행될 때만해도 세계시장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양분하고 인피니온은 중간레벨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인피니온의 승리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