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돼지 의사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경기 안성시 삼죽면 율곡리 일대.주민들의 바쁜 발걸음과 가축들의 울음소리로 떠들썩했던 축산농가들이 일시에 적막감에 휩싸이고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구제역 진원지로 알려진 율곡농장으로 통하는 간선도로를 비롯한 모든 도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대 간첩 작전’보다 더 삼엄한 차량통제와 소독이 실시되고 있었다.
삼죽면 일대 농장과 축산기술연구소 등도 ‘차량 및 사람 통행금지’라는 팻말을 내붙인 채 문을 걸어 잠궈 대낮인데도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용인 백암면에서 안성 삼죽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329호선 6㎞구간은 아예 봉쇄됐다.
또 주민은 물론 공무원, 취재진 할 것 없이 ‘소독세례’를 받지 않고는 외곽에 조차 접근할 수 없었고, 차량들도 내부에 까지 소독약을 뒤집어써야 했다.
기자도 다섯번의 소독을 받고 현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율곡농장에서 남쪽으로 3㎞가량 떨어진 덕산리에서 제지당했다.
안성시 삼죽면 일대는 경기도내 대표적인 축산농가 밀집지역. 200여 축산농가의 소득도 높고 인심도 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불안과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젖소 50여두를 사육중인 정모(52·여·삼죽면 덕산리)씨는 취재차량이 농장으로 접근하자 화부터 벌컥 냈다.
이미 소독을 마쳤다며 설득하자 정씨는 “2년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며 진저리를 쳤다.
그는 이어 “2년전 온 나라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우리 마을까지 미치지 않았지만 행여 구제역이 발생할지 몰라 매일 가슴을 쓸어 내렸다”면서 “이제 바로 옆 마을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니 동네가 다 망하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정씨 농장 바로 옆에서 돼지 400여두를 사육중인 고재욱(高在旭·29)씨도 “구제역을 막기 위해 젖먹이 딸을 키우는 심정으로 매일 축사 소독을 해왔다”며 “불과 3㎞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니 자식 같은 돼지를 모두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월드컵 코앞인데…관광객 유치 '빨간불'
월드컵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질병이 발생해 축산농가의 피해는 물론이고 해외 관광객 유치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2년만에 재개될 예정이었던 축산물의 일본 수출길도 다시 막혀 축산 농가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년 전에 이미 경험한 것처럼 구제역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추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돼지는 한 번 감염되면 소보다 200~1,000배나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호흡을 통해 배출하기 때문에 소에게만 발생한 2000년 구제역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더구나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지난달 30일 100여마리의 돼지가 외부 도축장으로 출하돼 이 중 일부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이를 통해 이미인근에 구제역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으면 바이러스가 활동을 못해 앞으로 기온이 오르면 조기에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올 들어 유난히 기승을 부린 황사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황사 가능성보다 해외 여행객 등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질병이 구제역으로 확정될 경우 돼지, 소 등 육류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구제역 발생 때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육류소비가 크게 줄었다. 또 이날 일본 농림수산성이 한국산 축산물에 대해 수입검역 증명서 발행을 일시 중지키로 함에 따라 6월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돼지고기 일본 수출도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구제역 발생으로 돼지를 도살하면 3개월이 지나야 수출을 재개할수 있으며,구제역이 확산돼 예방접종을 실시하게 되면 접종 완료 후 1년이 지나야 수출이 가능하다.
●구제역이란
구제역(口蹄疫)은 돼지, 소, 염소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우제류(偶蹄類) 가축의 입과 발굽, 젖꼭지 등에 물집이 생기면서 심하게 앓다가 죽게 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료약이 없어 감염된 가축은 살처분 후 땅에 묻는 것이 최선이다. 어린 가축은 감염되면 폐사율이 90%에 달한다. 바이러스는 침 정액 등 직접 접촉이나 사람, 차량 등 간접 매개체, 공기나 물, 사료 등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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