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삼국사기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정치사를 다룬 책이라면, 삼국유사는 전설과 민담 등을 통해 당대인의 의식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고전이다.
하지만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선입견에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인이자 연세대 국문학과 강사인 고운기씨가 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는 대중을 위한 삼국유사 해설서이다. 한글 번역서와 관련 논문, 연구서는 숱하게 나왔지만 이 같은 해설서는 거의 없었다.
책은 내용을 단순히 한글로 번역한 게 아니라, 삼국유사의 이해에 필요한 각종 이야깃거리를 추가로 내놓고 있다.
김유신의 여동생으로 김춘추의 아내가 된 문희를 저자는 ‘정략의 희생양’으로 그리고 있다. 신라 왕실의 김춘추와 가야 출신 김유신 집안 사이에는 신분적 차이가 있었고 혼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신라 골품제도에 편입하기 위한 김유신의 강한 욕구가 수용된 결과, 혼인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문희의 입장에서는 오빠의 욕구에 따라 이뤄진 혼인이어서 그리 화려하지도, 당당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친일문학 논란을 빚은 최재서의 ‘민족의 결혼’이라는 소설도 더해진다.
최재서는 김춘추를 일본으로, 김유신을 조선으로 비유, 이들의 혼인을 통해 내선일체를 강조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신라 재상 박제상에 대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차이점 비교도 흥미롭다.
삼국사기는 부자지간인 신라 내물왕, 눌지왕 대 내물왕의 조카인 실성왕의 갈등구조를 강조한다.
내물왕이 조카를 고구려에 볼모로 보내고 그 조카가 귀환, 실성왕이 된 뒤 내물왕의 둘째 아들 미사흔을 왜에 볼보로 보내 앙갚음한다.
내물왕의 큰 아들이 눌지왕이 된 뒤 미사흔을 구출하기 위해 박제상을 일본으로 보낸다는 것이 삼국사기 이야기.
하지만 삼국유사에는 실성왕이 등장하지도 않고 이들의 갈등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왜에 대한 박제상의 적개심이 부각된다. 미사흔을 구출한 박제상을 왜왕이 문초하는 대목에서 그 같은 점이 뒷받침된다.
저자는 고려가 몽골연합군과 왜를 공격하던 때여서 왜에 대한 적개심이 특별히 요구된 결과로 추측하고 있다.
신비화한 인물을 인간적 인물로 그려내기도 했다. 신라 탈해왕은 삼국유사 여러 곳에 등장하는데 나이도 제각각 다르고 출신도 불분명한 신비로운 인물로 나와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흩어진 탈해왕 기록을 하나로 모았고, 현재의 울산 부근 아진포 출신으로 ‘촌놈’에서 출발해 수도 경주에서 무수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왕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그러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 역시 무척 고생을 한 인간적 인물로 파악하고 있다.
91년부터 일연과 삼국유사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저자는 일연이 태어난 경북 경산과 일연이 머물렀던 진전사(양양) 오어사(포항) 운문사(청도), 그리고 숨을 거둔 인각사(군위) 등을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답사에는 사진작가 양 진이 함께 했는데 그 결과 400여장의 컬러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사진들은 신라왕위 계승도 등의 도표와 함께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학계 관심끄는 번역본들
삼국유사를 한글로 번역한 책은 워낙 많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번역본은 번역의 충실도나, 나름대로의 특색 때문에 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사학자 이병도가 1956년에 낸 삼국유사(동국문화사)는 저자의 고증이 돋보이는 번역서다. 한학자이자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인 이가원(작고) 허경진이 함께 쓴 삼국유사(97년 한양출판)는 번역이 매우 충실하다는 평을 듣는다.
99년 도서출판 까치에서 낸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는 북한의 고전연구 대가 이상호의 번역본에 사진작가 강운구의 사진이 더해진 책이다. 삼국유사 북한 번역본이 일반인에게 공식적으로 소개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한양대 국문학과 이도흠 교수가 2000년 쓴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푸른역사 발행)는 삼국유사 가운데 불교관련 내용을 골라 소개한 책.
승려이자 불교학자 권상로가 78년 동서문화사에서 낸 번역본은 저자가 불교용어와 불교의례를 정확히 알고 번역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야출신 김유신은 동생 문희와 김춘추의 결혼을 계기로 신라 골품제에 진입.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경주에 있는 그의 무덤은 여느 왕릉보다 크고 화려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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