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돌리노'/움베르토 에코 지음ㆍ이현경 옮김재작년 출간되자마자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탁월한 기호학자, 역사학자,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에 이어 네번째로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에코의 고향이기도 한 이탈리아 북부 알레산드리아에서 1143년 갈리아우도라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바우돌리노가 그의 모험담과,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또 다른 모험담을 들려준다.
바우돌리노는 열두살에 우연히 독일의 기사를 만나는데 그가 바로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 황제다. 북부 이탈리아 원정 길에 나섰던 황제는 어떤 언어라도 순식간에 배우는 바우돌리노 소년에게 호감을 갖고 양아들로 삼는다.
바우돌리노는 기지는 있으되 거짓말에 능숙한, 영악한 인간으로 묘사되며 황제의 심복이 된 뒤 비열한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영토 확장에 정신 없는 양아버지를 돕고, 동방에 있다는 요한사제의 전설적인 나라를 찾아 십자군전쟁에도 나서지만 거기서 양아버지를 잃는다.
양아버지의 죽음에 상심한 바우돌리노는 요한사제의 땅을 찾아 친구들과 떠나지만 그곳에서 백인 훈족과 싸우다 인질로 잡히고 커다란 새의 도움으로 탈출하기도 한다.
소설은 이런 식의 모험담을 나이 60을 넘긴 1204년 바오돌리노가 지난 일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소설은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어 독자들은 혼돈스럽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소설에 나오는 지명과 인물 중에는 실존했거나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는 것들도 많다.
친아버지와 양아버지로 나오는 갈리아우도, 프리드리히 역시 실재로 존재했던 인물들이다. 괴물 스키아푸스, 블레미에스, 키노케팔로스 등은 중세 우화집에 등장한다.
소설은 바오돌리노라는 평민 출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철학적인 대화를 통해 중세 교회와 수도원을 그려낸 ‘장미의 이름’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도입부는 다소 지루해서 인내가 필요하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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