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신민주 대연합’ 정계 개편을 거듭 주장한 2일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방문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김 전 대통령측과 박 실장은 “노 후보나 정계개편 관련 정치 이야기는 없었다”며 신임 인사 차원의 의례적 방문임을 강조했으나 오랫동안 박 실장을 여권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주목해 온 한나라당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김 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찾은 박 실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 운영 마무리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고 “김 대통령은 정치 문제에 초연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이니까 잘 하시길 바란다”며 김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러면서도 김 전대통령은 “권노갑(權魯甲)씨 구속으로 세 아들 문제를 적당히 호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법에 따른 엄격한 처리를 주문했다.
또 “김 대통령이 우리 역사상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대변인격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이 전했다.
한편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이날 자민련으로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방문, 대표 취임 인사를 했다. 한 대표는 “공동 정권에 큰 역할을 하신 분”, “자민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공동 정권의 테두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옛정을 상기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으나 김 총재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말이 있는데 우리 당과 그렇게 지내자”고 화답하는 데 그쳤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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