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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히딩크의 축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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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히딩크의 축구 경영

입력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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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월드컵 축구 대표팀을 맡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그는 단순히 국가대표팀을 맡은 감독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특수부대 지휘관과 다를 바가 없다.

축구 전문가들이 객관적 전력을 놓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한국팀은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히딩크는 23명의 선수단을 확정발표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 고 큰소리 쳤다.

■싸우러 나가는 장수가 "자신 없다" 고 말 할 리가 없다.

그러나 그런 과장을 공제하더라도 그의 자신감에 신뢰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그 동안 전력 평가전에서 보여준 그의 경기전술이 아니다.

축구 문외한의 눈으로 볼 때도 그는 팀을 맡고 월드컵 경기까지의 기간을 하나의 전략적 연장선상에 놓고 한국축구를 경영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초 여러 평가전에서 부진한 실적으로 여론이 빗발칠 때도 그는 체력훈련을 강행하고 많은 선수들을 경기에 투입하면서 시험을 계속했다.

■한국의 축구 팬이 얼마나 조급한 사람들인가.

그런데도 아는 척 모르는 척 그는 그의 계획을 밀고 나갔다. 그리고 최근 유럽 전지훈련과 국내에서 치러진 평가전에서 향상된 역량으로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23명의 대표단을 발표했다.

그는 팬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스타 플레이어를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물론 엔트리 발표는 이미 일정이 잡혀있었을 테지만 타이밍은 절묘했다. 그의 전략이 잘 들어맞고 있거나, 한국에 운이 좋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좋은 대로 해석해 본다.

■만약 그가 한국인 이었으면 이렇게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용병하고 훈련할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평가전에서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축구계로부터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고, 사생활 문제를 걸어 낙마시켰을지도 모른다.

선수선발을 놓고는 고질적인 지연과 학연에 따른 안배를 해야 했을 것이다. 감과 인연과 즉흥성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반짝 빛날 수는 있지만 성숙할 수는 없다.

한국팀이 꼭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히딩크 경영학이라도 우리나라에 유행하면 월드컵의 부수효과가 클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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