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7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시네픽스의 황경준(53) 회장은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냈다.“자석으로 뭔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느닷없는 자석 이야기에 황당해 하는 직원들.
“로봇이 어떨까? 어차피 3D 애니메이션으로 승부를 걸려면 사람보다는 로봇이 제격이다. 그리고 그 로봇은 정육면체 모양이 어떨까?”
3D 애니메이션 ‘큐빅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특수 에너지로 움직이는 로봇 큐빅스와 아이들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지난해 8~11월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인 키즈 워너브라더스에서 13부가 방영돼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와 시청률 1, 2위를 다퉜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4월18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5시45분 SBS를 통해 방송중이고, ㈜영실업에서 정육면체 자석 20여 개로 구성된 완구도 출시됐다.
‘큐빅스’가 주목받는 것은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 때문이다.
미국 내 TV 방영권, 게임ㆍ완구ㆍ캐릭터 개발권 등을 가진 4키즈엔터테인먼트로부터 선(先)투자 형식으로 550만 달러(약 70억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일본 내 배급사인 JR기획, 국내 배급사인 대원C&A로부터도 20억~25억원을 받았다.
1회당 제작비가 2억5,000만원이니까 앞으로 13부(시리즈2)를 더 제작해도 본전을 뽑고 남는다.
여기에 매년 각 배급사로부터 받을 판매액의 14%(외국), 50%(국내)에 해당하는 로열티까지 합치면 정말 수지맞는 장사다.
향후 5년 동안 ‘큐빅스’가 벌어들일 돈이 2000년 ‘포켓몬스터’의 총수입인 40억 달러(5조2,000억원)에 버금갈 것이라고 추산하는 사람도 있다.
황 회장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국 배급사와는 TV방영권만 계약할 걸 그랬어요. 게임과 완구, 각종 캐릭터 사업 등의 수익 전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을 왜 14%만 받아야 합니까?”
이미 1회를 만들어놓은 새 애니메이션 ‘아쿠아키드’는 그래서 모든 것을 시네픽스가 총괄하기로 했다.
“‘큐빅스’가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 미국 일본의 합작품이라면 ‘아쿠아키드’는 순수 국산이 될 것입니다. 제작도, 소유권도 모두요.”
그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독창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98년 자석과 정육면체 이야기를 꺼낸 것도 “기존 상품과는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을 절대 흉내내지 말라고 그랬죠. 인간을 닮은 로봇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기 때문이죠. ‘아쿠아키드’도 물을 이용한 색다른 작품이 될 것입니다.”
그는 디즈니사를 꿈꾼다고 했다.
“직원 수 만 명을 먹여 살리는 ‘꿈의 공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자신의 일이 좋아 밤을 꼬박 새울 수 있는 그런 직원들이 있는 회사를요. 우리라고 왜 디즈니사가 되지 못하겠습니까?”
76년 미국 유학(버지니아대 컴퓨터공학과)후 미국시민권자가 된 그가 한국에서 꿈꾸는 원대한 계획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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