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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한 달러' 정책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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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한 달러' 정책 흔들린다

입력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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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흔들리고 있다. 경상수지 악화 등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줄곧 ‘강한 달러’ 정책을 지켜온 조지 W 부시 정부는 정책 포기냐 고수냐를 선택해야할 기로에 섰다.▼맥 못추는 달러

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전날보다 0.91% 하락한 90.65센트를 기록, 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도 전날 달러당 128.54엔에서 127.41엔으로 떨어져 3월7일 127.56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는 영국의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 우리나라의 원화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왜 강한 달러인가

달러 가치가 높으면 달러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때문에 강한 달러는 해외 자금의 유입을 촉진하는 더없는 유인책이 된다. 미국이 클린턴 정부 때부터 6년간 강한 달러 정책을 고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어나는 무역적자를 해외 자금의 미국 유입으로 매워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못하게 됐다. 1997년 1,398억달러였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4,174억 달러까지 3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1%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비율이 2003년 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미 기업의 실적이 여전히 신통치 않은데다 엔론사태로 불거진 분식회계 관행이 드러나면서 해외 자본들이 미국을 외면하고 있다. 9ㆍ11테러가 있던 지난해 9월에도 178억달러에 이르는 해외 자본이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사들였지만 올 1월에는 그 규모가 95억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모건스탠리 증권의 스티브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에 GDP의 6% 수준으로 확대되면 선진 7개국(G7)의 과거 30년 역사 중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집하는 미국

그러나 폴 오닐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지금의 달러 정책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답변을 줄 수 없다”면서 강한 달러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실물경제 분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전미제조업협회(NAM) 제리 야시노프스키 회장은 “달러가 고평가됨으로써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미 제조업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원(IIE) 프레드 버그스타인 소장도 “달러 가치가 1% 상승할 때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최소한 100억달러 불어나는 셈”이라면서 “현재 달러가 20~25%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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