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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의 탈을 쓴 性폭력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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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의 탈을 쓴 性폭력을 고발한다

입력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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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에서 여성 신자를 중심으로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적극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여성위원회는 2일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성폭력 극복을 위한 한국 교회선언’을 마련하기 위한 기독여성운동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KNCC 여성위원회측은 이번 협의회를 통해 성폭력으로 인해 소외당하고 고통 받는 여성들을 외면한 교회의 죄책 고백과 성폭력 극복을 위한 결단을 담은 선언적인 지침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한국염 목사(한국여신학자협의회 총무)는 이날 ‘성폭력 극복과 예방을 위한 교회 선언의 기본 틀’이란 발표문에서 “교회가 성폭력 문제에 침묵하고 있으며 교인들의 성을 올바로 지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특별법을 교회법 안에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부분 교단의 교회법은 목회자의 반윤리적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규정만 있을 뿐, 사회법처럼 구체적인 성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고 있어 처벌이 힘든 실정이다.

한 목사는 또 “주로 교회 지도자가 자신의 권위를 남용하고 신도들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교회 내 성폭력은 그 피해가 지속적이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폐해를 지적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에 따르면 국내 교회 내 성폭력 상담 건수는 2000년 53건, 2001년 21건, 올해는 3월 현재 9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강간이 전체의 30% 정도로 가장 많고 성추행, 성희롱이 뒤를 잇고 있다. 상담소 측은 “소수 교단뿐 아니라 대형 교단에서도 성폭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 부천의 한 교회 담임목사가 여성 권사 5명을 강간한 사실이 드러나 기독교 여성단체의 활동으로 해당 목사가 사퇴한 사례가 있으며, 2000년 서울 강북의 한 교회 목사 역시 여성 권사를 강간한 혐의로 형사 고발돼 최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기독교여성상담소 관계자는 “신고된 상담 건수는 실제 각 교회에서 자행되는 성폭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교회 지도자에게 성폭력을 당하고도 은총을 입었다고 오도하는 여성 신자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개신교계에서는 KNCC 여성위원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교회여성연합회 등 세 단체가 중심이 돼 지난해 발족한 ‘교회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활발히 제기하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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