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지지 모임인 '노사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노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한 장면에 대한 토론이 넘쳤다."결국 3김의 품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냐"는 비판론과 "노 후보도 대의를 위해 변신할 줄 알아야 한다"는 긍정론이 팽팽했다.이 중 어느 한 편을 손들 생각은 없다.다만,두 가지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겠다.우선 노 후보가 과속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그는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정계개편을 얘기하면서 선(先)국민 공감대 형성을 강조햇다.그러나 그 다음날 상도동을 찾아 간 노 후보는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를 YS가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후보 세 명중 두 사람은 전 현직 한나라당 의원이다.
물론 노 후보는 '지방선거 전 상징적인 변화'를 예고하긴 했었다.하지만 YS가 추천하는 후보를,현직 대통령이 속해 있는 민주당이 공천하는게 상징적 변화에 불과한지,국민은 여기에 공감하고 있는 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 후보가 부산시장 후보 선정권을 사실상 YS에게 일임한 것은 더욱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민주당은 지금까지 줄곧 전직 대통령의 정치 간여를 비판해 왔고,노 후보는 그 당의 대통령 후보이다.노 후보로선 YS가 부산에 대해 가지는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는 원칙을 중시하고,각종 기성 장벽에 대항하는 이미지로 여당 대선후보까지 따낸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얘기다.이보다는 독자적으로 후보를 선정해 저면 승부를 걸어 YS의 벽을 뚫는 시도를 하는 게 오히려 일관성이 있다.
노 후보가 내세운 정계개편의 명분은 어디까지나 정책과 이념이다.
하지만 당장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선거를 의식해 구체제에 손을 벌리는 수준에 불과하다.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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