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국 5년째인 스리랑카인 S(32)씨. 산업연수생 신분을 얻기 위해 자국에서 빌린 800만원을 마련하느라 비자 만료기한을 넘긴 채 경기 안산의 공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불법체류자 자진신고 문제로 고민이 컸던 그에게도 브로커들의 검은 유혹이 다가왔다. “자진신고를 하면 내년 3월까지 체류가 가능하지만, 여권과 귀국 항공권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속아 브로커에게 69만7,000원을 주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는 신고를 마치자 마자 브로커에게 수수료 20만원을 뺀 나머지 돈을 돌려 받고 항공권을 되팔았다.
S씨는 “신고를 안 하면 단속을 걱정해야 되고, 그렇다고 내년 3월 귀국도 힘들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그는 법무부가 항공권 정밀 확인 작업에 들어가면 신고자체가 무효화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 실태ㆍ문제점
지난 달 25일부터 5월25일까지 실시되는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신고 제도의 맹점을 노린 사기 브로커들이 외국인노동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특히 브로커들의 사기행각은 명백한 불법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외국인노동자들이 무더기로 돈을 날리고 강제추방되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법무부와 외국인노동자 단체 등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신고용’ 항공권을 잠시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비용은 티켓 가격의 30~50%선. 뿐 만 아니라 대행료가 건당 80만원에 달하는 편법적인 대리 신고도 성행하고 있다. 브로커들이 서울이나 인천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얘기가 돌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원정 항공권 구매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어 위장 신고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항공권은 출국준비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3월분. 하지만 항공권 물량 부족으로 불법체류자 신고 예상인원(20만명) 중 25%인 5만명 정도만이 이 티켓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신고분은 ‘가짜’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출입국 관리사무소측은 “불법체류자 신고수가 6만명을 넘어섰는 데도 내년 3월 귀국 항공권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며 “항공사 등과 짜고 항공권을 여러 차례 되 파는 브로커가 그 만큼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특히 여권을 분실했거나 악덕업주에게 빼앗긴 노동자들에게는 여권을 위조해주고, 대가를 챙기는 브로커들도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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