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에서 뛸 대표선수 23명의 명단이 발표된 지난 30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국기자 몇 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말 월드컵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것이냐?”는 확인 전화였다.거스 히딩크 감독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것으로 생각했던 외국기자들은 보도자료 한 장으로 대표팀 명단 발표를 대신한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뒤늦게 인식했는지 협회는 1일 오전 부랴부랴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을 마련했지만 분위기는 이미 ‘김이 빠진’ 상황이었다.
월드컵 열기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오히려 ‘찬 물을 끼얹은’ 이번 일은 물론 협회의 준비와 기획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사안을 좀더 좁혀가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도록 한 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무책임한 처신 때문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것은 특정 신문에 대표팀 명단이 사전에 보도됐기 때문으로 추측되는 데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발표했어야 했다는 것이 현장 기자들의 중론이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이용수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협회에서는 이에 대한 어떤 공식 언급도 없었다. 히딩크 감독은 기자회견 말미에 “어제 명단을 발표했기 때문에 특별히 부연 설명을 안 하겠다. 여기는 한국이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협회 기술위원회는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중요한 기구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기술위원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 기술위원은 “이용수 위원장의 경우도 기술위원회를 측근 중심으로만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협회가 이번 대표팀 발표 해프닝을 그대로 넘겨서 안 되는 이유는 잘못되어 왔고 잘못 가고 있는 기술위원회를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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