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공격 대응 해법을 놓고 아리엘 샤론 총리와 번번이 부닥쳤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에프라임 할레비(67) 국장이 결국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할레비 국장은 현재 공석인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로 거론되고 있지만, 워싱턴 대사 낙점이 그를 정보기관에서 축출하기 위한 샤론 정부의 고육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좌천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의 후임으로는 군부 내 강경인사가 발탁될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공격이 본격화한 이후 샤론 총리의 강경 극우노선에 반대해 온 할레비 국장은 2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 북부 네타냐 호텔 자살폭탄 사건을 계기로 샤론 총리와 회복할 수 없는 대립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12월 할레비 국장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가택연금한 샤론 총리의 결정을 “아라파트의 대중성만 높여주는 꼴” 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네타냐 사건 이후 아라파트를 추방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아라파트가 국외에 있는 것은 국내에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며 반대, 샤론 총리의 강경 드라이브를 무산시켰다.
할레비 국장은 또 연금 중인 아라파트를 면담하려는 유럽연합(EU) 대표단의 라말라 입국을 무산시킨 조치에 대해서도 “역작용만 부를 것” 이라고 공개 성토해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내각과 심각한 불협화음을 노출시켰다.
EU 대사를 지낸 뒤 1998년 모사드의 지휘봉을 잡은 할레비 국장은 팔레스타인과 외교력을 통한 평화협상을 신봉하는 온건 합리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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