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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처 고향방문 합의 / 北·日, 일단 대화 체제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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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처 고향방문 합의 / 北·日, 일단 대화 체제 복원

입력
200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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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만에 재개된 북일 적십자회담은 일단 양측의 대화 체제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양측은 30일 회담 후 발표한 공동발표문에서 특히 일본인 납치 의혹과 관련해 “북한측은 일본인 행방불명자의 조사를 적십자와 당해 기관이 실시, 결과를 일본측에 신속히 통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북한측이 ‘행방불명자 안부 조사’의 재개에 합의하고 ‘신속 통보와 필요한 조치’까지 언급한 것은 상당히 유연한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측은 1983년 영국 어학연수 중 납치된 것으로 일본 경찰이 최근 발표한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ㆍ당시 23세) 양의 이름을 일본측이 거명하며 설명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몰랐다. 일본측으로부터 정식으로 요청이 있은 만큼 조사해 보겠다”고 유연하게 답변했다.

양측은 또 2000년 9월 이후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의 결렬ㆍ중단과 함께 중단됐던 북송 재일동포의 일본인처 고향방문 사업의 재개와 적십자회담의 6월 속개도 합의했다.

수교 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혀 온 납치 의혹 문제를 분리해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의 계속과 양측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실시했던 일본인처 고향방문 사업의 재개는 북일 양측의 2년 전 대화 체제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북한측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원폭피해자의 의료지원을 요청한 문제는 이미 일본측이 지원을 검토해 온 사안이라서 양측에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악화해 있어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당장 일본 정부가 국교정상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북한측도 쉽게 납치 문제를 사실로서 인정할 수는 없어 이 문제는 결국 물밑 협상과 정치적 결단을 통한 비공식적 해결 이외에는 지금으로서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지난해 말 일본 경찰의 조총련 중앙본부 압수수색과 동중국해 북한공작선 추정 괴선박 격침 사건, 올해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등으로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북한이 일본을 상대로 대화 의지를 과시하는 목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서도 대화 채널이 없이는 납치문제의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측은 최소한의 대화통로 확보에는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 외교 당국 실무자도 참석한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은 명시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회담 모두에 “예전과 같은 지원과 협력을 바란다”는 어법을 구사해 비공식적으로는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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