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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이사회 MOU부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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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이사회 MOU부결 이모저모

입력
200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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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 양해각서가 부결되자 정부당국과 은행권 채권단은 충격을 금치 못한 반면 매각에 반대했던 투신권과 하이닉스 임직원 등은 환영을 표하는 등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향후 하이닉스의 진로가 암담하다는 비관론 속에 채권단이 굴욕적 양보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매각을 밀어붙친 자업자득이라는 비난도 거셌다.

○…30일 하이닉스 매각 양해각서(MOU)가 부결되자 당초 매각안 통과를 낙관했던 재정경제부측은 30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매각 불가피론’을 주장해온 금융정책국은 “전적으로 채권단이 결정할 일이며, 정부 차원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밝히면서도 변양호(邊陽浩) 국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먼저 감자조치를 취해 경영권을 장악하지 않은 채 성급히 매각을 추진한 것이 화를 불렀다”고 평가했다.

○…채권단은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은 이로써 완전결렬”이라며 침통해 했다. 주요 채권은행들은 벌써부터 ‘하이닉스 신규지원 불가론’를 주장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한빛은행측은 신규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하이닉스 이사회가 MOU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추가 지원 없이 독자생존을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희생과 양보를 해가며 마련한 MOU를 협상의 당사자(하이닉스)가 감정에 치우친 여론에 휘말려 부결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무리한 매각추진이 빚은 자업자득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조기매각을 압박했고, 이에 따라 채권단이 상식 이하의 양보를 해가며 굴욕적인 조건의 MOU를 맺은 만큼 매각안 부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투신권은 양해각서 부결을 환영했다.

전날 채권단 찬반투표에서 반대를 제시했던 투신사 관계자는 "이사회의 용단을 환영한다"며 "독자생존을 위한 하이닉스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동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이 너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것보다는 부채회수율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신권은 또 전날 채권단 표결이 투명하게 처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하이닉스 이사회는 오전 8시에 시작돼 점심도 도시락으로 해결한 채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이사회는 당초 매각자체에 대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채권단이 지나치게 인색한 잔존법인 회생안을 제출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일부 이사는 정부 또는 채권단으로부터 ‘협조요청’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총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박종섭(朴宗燮) 사장을 비롯해 사내이사가 3명 사외이사 7명이었다.

○…눈길을 끈 것은 박종섭 사장의 태도였다. 박 사장은 협상 주역으로서 자신이 만든 양해각서를 거부하기 어려운 입장이었지만, 채권단이 제시한 잔존법인 회생안을 받은 뒤 “이런 식이라면 독자생존이 낫다”는 입장을 밝혔고 부결후 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박 사장은 이번 협상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MOU에 4월30일 시한을 못박은 것도 박사장 작품”이라고 전했다.

○…하이닉스 직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최근 사내설문조사에서 90%이상이 매각반대의사를 밝혔고, 매각시 33%가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던 하이닉스측은 “당연한 결정이다.

독자생존을 위해 얼마든지 추가적 고통은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노조측은 “이미 노조원의 70%가 사표를 맡겨놓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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