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2명이 신용카드 빚을 갚기위해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하는 등의 수법으로 사흘동안 여성 5명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목 졸라 숨지게 한 연쇄살인사건이 또 발생했다.이들은 “신고할까 봐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살해하고 이중 여성 2명은 성폭행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7명을 상대로 한 3인조 살인강도사건 한달여만에 무차별적 살인사건이 발생, 인명경시풍조가 극에 달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모의ㆍ범행
경기 용인의 S골프장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허재필(25)씨와 김모(29)씨가 범행을 모의한 것은 이달 중순. 허씨의 신용카드 빚 700여만원을 갚기 위해 훔친 택시표시등을 김씨의 EF쏘나타에 부착, 택시로 위장한 뒤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27일 밤 11시께 수원시 영통동 앞길에서 박모(30ㆍ피아노학원 강사)씨를 태워 용인시 오산천 주차장으로 끌고 가 현금 2만원과 신용카드를 뺏은 뒤 노끈으로 목졸라 살해했다.
이어 28일 밤 9시께 수원 매탄동 삼성전자 입구에서 이모(20)씨를 태우고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인근 갓길에서 살해했다.
이들은 택시 표시등을 떼어내고 ‘야타족’행세까지 했다. 29일 새벽 5시께 수원시 매탄동 N나이트클럽 앞길에서 정모(25ㆍ의류점 직원)씨 등 회사동료 3명에게 “같이 놀러가자”고 접근, 차에 태운 뒤 현금 15만원을 빼앗고 성폭행 후 살해했다.
■ 검거ㆍ한심한 경찰
이들의 살인강도 행각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30일 새벽 2시 30분께 용인 기흥읍 삼성반도체 주차장에서 차량 번호판을 갈아끼우고 도주하기 위해 승용차 번호판을 떼려다 경비업체(에스텍) 직원 장모씨 등 8명에게 발각돼 격투 끝에 붙잡혔다.
이들의 승용차 트렁크에서는 박씨의 시신, 뒷좌석에서 시신 4구가 발견됐으며 모두 손, 발이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
이들은 출동한 용인경찰서 이모(32)순경에게 인계돼 순찰차에 태워졌다. 그러나 경찰이 시동을 걸어둔 채 수갑도 채우지 않고 자리를 떠나자 이들은 순찰차를 몰고 달아났다.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들이 쫓아가 허씨는 붙잡았으나 김씨는 놓쳤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15분께 경북 포항에서 용인의 동거녀(25)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70cm 키에 다소 작은 체구인 김씨의 몽타주를 작성, 행방을 쫓고 있다.
전문가 진단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김보환(범죄사회학) 교수는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와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명 경시풍조 등 가치관 붕괴에서 비롯된 사건들”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과 전문의 이상일(李相壹ㆍ43)씨는 “목적 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등의 건전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더 끔찍한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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