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29일 또다시 30포인트 이상 폭락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공포로 번지고 있다. 1주일 만에 100포인트가 넘는 조정을 보인 거래소 시장은 30조원이 넘는 시가 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전문가들도 돌연 “단기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있겠지만 반등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론을 앞세우자 투자자들은 배신감마저 느끼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초우량주를 저점 매수하는 기회를 포착할 때라는 지적도 많다.
▼1주일새 100포인트 하락
29일 종합주가지수는 3.58%(31.14포인트)나 폭락, 838.51까지 떨어졌다. 지난 주말 미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 1만선이 붕괴되고 나스닥 지수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700선을 하회함에 따라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한때 863.10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도를 확대하면서 지수가 재차 급락, 결국 840선마저 무너졌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2,086억원.
이처럼 시장이 폭락한 것은 미 증시의 급락으로 표현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지연 우려감이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IT 경기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나스닥 지수가 9ㆍ11 테러 직전 수준인 1,700선 아래로 무너졌다는 것은 우리나라 수출의 대부분을 IT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를 펼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장기간 상승 랠리가 이어지며 시장의 체력이 소진된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테러 직후 460대까지 추락한 지수가 6개월만에 930대까지 치솟은 만큼 이제 숨고르기 차원에서라도 1~2개월의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
특히 이미 지난달부터 코스닥 개별 종목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거래소 시장의 중소형주마저 하락 반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신고가 갱신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하던 지수가 삼성전자마저 하락하자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적 반등 후 추가하락
문제는 이러한 하락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있다. 세계 IT경기의 회복에 의문점이 생긴 마당에 외국인이 쉽사리 순매수로 돌아서길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미국 뮤추얼 펀드의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고 나스닥 지수도 이미 새로운 하락추세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미 증시의 하락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경기지표 및 기업실적 악화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순매도로 돌아서고 있다”며 “세계 증시의 하락 압력이 커 당분간 외국인의 순매수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수급이 깨진 상태인 데다가 경기 회복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시장은 반등하더라도 전고점인 940을 뚫고 가긴 힘들 것”이라며 “우량 핵심주로 보유 종목을 최소화한 뒤 반등을 확인한 뒤 낙폭 과대주를 편입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애널리스트는 “기간으론 6월까지, 지수로는 700대 중반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도 있지만 하반기엔 큰 상승장이 다시 전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 투자자는 이번 조정을 초우량주를 저점 매수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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