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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아직 먼 보행자 권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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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아직 먼 보행자 권리 확보

입력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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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최근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시내 도로변에서 포장마차와 기타 노점상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한다.우리는 보행자 권리에 대한 시당국의 전례 없는 우려와 관심에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노점상 철거 방침이 과연 보행권 보호라는 의도에 걸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서울시의 문제는 보행자와 상인들 사이의 공간 다툼이 아니라 보행자와 차량간의 공간 사용이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기인한다.

시가 보행권을 걱정한다면 보행자보다는 차량을 우선시하는 공간 불균형의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차량의 주차와 통행이 금지된 인도에서는 보행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인도를 걷다가 오토바이의 시끄러운 크랙션 소리에 놀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도에서 보행자가 오토바이와 같은 차량에 길을 비켜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자동차와 버스의 급정거에 보행자의 권리가 침해되곤 한다.

둘째, 횡단보도의 신호체계를 보행자 위주로 해야 한다. 내가 알기로 겨우 횡단보도 중간쯤 지나고 있는데 벌써 신호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 같다.

셋째, 운전자들은 빨간 불에도 불구하고 자꾸 오른쪽을 쳐다보면서 보행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 한다.

이 역시 빨리 없어져야 하는 나쁜 관습이다. 몇몇 운전수들이 보행자를 배려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시작에 불가하다. 운전자들의 성급한 운행 습관은 보행자들에게 불쾌감을 안겨 준다.

넷째, 보행자를 우선하는 '차 없는 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서울 인사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사동 역시 거리를 단장하면서 시가 상인들의 압력에 굴복해 차량 통행을 허용하고 말았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는 상인들이 차 없는 거리의 수혜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시의 보행자 대책은 보행자 권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그 이유는 시가 보행자의 권리보다는 월드컵 때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서울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의성 있는' 대책인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런 대책이 서울의 이미지를 오히려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 포장마차는 서울의 매력 중의 하나이며 외국인 관광객이 아끼고 즐겨 찾는 것 중 하나이다.

/에릭 비데·프랑스인·홍익대 불문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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