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그림’의 화가 신양섭(60)씨가 11년만에 개인전을 연다.5월 2~13일 서울 청담동 유나화랑(02-545-2151) 초대전으로 열리는 신씨의 오랜만의 작품전은 한층 정감이 깊어진 그의 흰색 그림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마치 눈에 파묻힌 산골 마을처럼 사물의 윤곽이 흐릿하게 지워진 그의 그림 속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두고 온 고향, 혹은 잊고 있었던 자연이 오롯하게 살아있다.
흰 바탕에 더욱 밝고 두터운 흰색의 물감을 둥글게 점찍은 그림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장이다.
비스듬히 그어진 연한 푸른색의 사선들은 여름에 내리는 빗줄기 같고, 연이어진 단순한 삼각형들은 고향 마을의 산들을 연상시킨다.
그는 흰색 물감을 응고시켜 오랜 시간 올려쌓고 다진 뒤 사물의 단순한 형태만을 표현한다.
붓이나 나이프가 아니라 흙손을 사용해 구성한 투박한 질감의 화면은 그 자체 소박하고 푸근한 우리 옛집의 흙벽을 떠올리게 한다.
신씨는 1981년 국전 대상을 수상하고 그간 3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내가 느낀 세월의 자취와 흔적을 담고, 사실적 자연주의와 추상적 모노크롬을 결합시키려 했다. 그래서 그림의 제목도 ‘자연별곡(自然別曲)’ 연작으로 했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질박함이, 굳이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안으로 침묵하는 이의 원숙함이 느껴진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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