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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하이닉스 백서'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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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하이닉스 백서'를 써라

입력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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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반도체는 결국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로 넘어갈 전망이다.이사회와 주총이 남아 있고 소액주주 노조 협력업체의 매각반대(독자생존) 요구가 거세지만, 29일 채권단 회의를 고비로 대세는 매각쪽으로 기운 상태다.

채권단 고위인사는 "매각이냐 법정관리냐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논리든, 정서든 독자생존의 미련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반도체의 상징적 의미다. 한국의 간판 1등 제품이자, 앞으로도 상당기간 한국경제를 먹여 살릴 기술이다.

이 점에서 하이닉스의 해외매각은 제일은행을 뉴브리지 캐피탈에, 대우차를 GM에 넘기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할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매각가격이다. 명목가격 38억달러(기준가격 주당 35달러)도 탐탁치 않은 판에, 마이크론 주가하락(현 26달러)으로 시가는 28억 달러를 겨우 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이크론 주가가 올라가면 50억 달러도, 100억 달러도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낙관적 가설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생사여탈권을 쥔 채권단과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이상, 매각은 대세다.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독자생존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고용ㆍ협력업체 유지와 잔존법인 생존 등에 매각후 과제에 전력을 기울이는 게 더 현실적이다.

그렇더라도 하이닉스 매각이 남긴 쓰라린 실패의 교훈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

원죄가 됐던 '빅딜'부터 시장불신을 자초한 구 현대 대주주와 부실화를 조기차단치 못한 경영진, 이를 방조했던 채권단과 감독당국, 헐값시비를 자초한 협상력,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까지….

하이닉스의 깃발은 내리더라도 그 실패사를 담은 '하이닉스 백서'를 만들어 제2의 하이닉스만은 막아야 한다.

이성철경제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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