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채권단이 29일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각을 위한 조건부 양해각서(MOU)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협상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채권단의 MOU 동의는 하이닉스 협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이사회 승인절차를 거쳐 MOU가 정식 효력을 발생하더라도 아직 본계약까진 갈 길이 너무도 험난하기 때문이다.당장 MOU 자체가 협상 당사자에게 어떠한 법적 책임도 부여하지 않는 ‘구속력 없는(non-binding)’ 합의인데다 소액주주 및 하이닉스 직원들의 조직적 반발, 마이크론 주가의 폭락 사태까지 겹쳐 ‘MOU 이후’가 더 문제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번 조건부 MOU의 법적효력 시한은 30일 오후 6시. 채권단의 승인으로 난항이 예고됐던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이지만 30일 중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이사회 등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해 ‘조건부’ 딱지를 떼자면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현재로선 하이닉스 이사회 통과 가능성부터 불투명하다. 하이닉스 이사회는 박종섭 사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7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MOU가 이사회 승인을 받기 위해선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는데 70%가 중립적인 인사들이므로 결과를 섣불리 속단할 수 없는 상황. 특히 사외이사들이 하이닉스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권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한에 맞춰 MOU 체결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본협상 과정은 난항의 연속이 될 전망이다. 우선 알맹이(메모리)를 떼주고 난 하이닉스 비메모리 잔존법인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채권단이 마련한 생존방안에 따르면 하이닉스 잔존법인은 채권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채권탕감과 감자(減資)에도 불구하고 자본금 1조7,330억원에 부채 3조7,060억원의 재무구조를 갖게 된다. 이 경우 잔존법인이 연매출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영업력으로 매년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감당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잔존법인이 부실자산만을 한 데 모아놓은 ‘배드 컴퍼니’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결과적으로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매각하더라도, 잔존법인의 생존력과 영업기반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또다시 6조원(출자전환 금액 3조원+ 잔존법인 이관 부채 3조원)을 고스란히 날려버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 임직원과 소액주주들이 매각안에 결사반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경우 매각이 성사되면 13.5대 1의 비율로 대규모 감자를 당할 처지여서 재산권 사수투쟁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론이 본계약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하이닉스 직원 85% 이상의 고용제안 수용’ 조항도 하이닉스 직원들의 매각반대 정서로 협상엔 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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