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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 예술작품이야?

입력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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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위한 두 가지 독특한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예술품으로서의 책’을 만들려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판화가 남궁산(41)씨가 두번째로 여는 ‘목판화 장서표’전과 예술제본가 백순덕(38ㆍ여)씨의 첫 개인전 ‘앞장과 뒷장’전이다.

5월 1~10일 서울 견지동 동산방 화랑((02-733-5877)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남궁산씨는 목판화로 제작한 장서표(藏書票) 104점을 선보인다.

장서표는 책의 앞뒤 표지나 책날개 안쪽 등에 붙이는 장서자의 표시를 말한다.

우리는 애착을 가진 책에 구입한 날짜나 짧은 감상 등을 적고 자신의 이름을 적거나 도장을 찍는다.

책에 대한 소유의식과 애정에서 생겨난 이 행위를 예술적으로 가공해 독립된 미술 장르로 발전시킨 것이 장서표라 할 수 있다.

문인, 출판인들과 잘 어울리는 마당발로도 통하는 남씨는 예술가 문인 학자 스님 등 지인 104명을 표주(票主)로 하는 장서표를 만들었다.

박완서 황지우씨부터 성석제 하성란에 이르는 문인과 최 열 환경련 의장, 가수 정태춘 박은옥 부부 등의 장서표가 각 표주의 개성을 살린 판화로 제작됐다.

학 물고기 여우 소나무 등 동식물과 펜 책 등의 이미지를 빌어 표주의 직업과 세계관, 취미 등을 나타낸 그림이다.

모든 판화에는 ‘책으로부터’라는 뜻을 가진 ‘EX-LIBRIS’ 라는 라틴어를 새겼다.

남궁산씨는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목적을 동시에 가진 장서표는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대중과의 소통 구조를 넓히는데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순덕씨는 ‘예술제본가’라는 드문 직함을 가진 사람이다.

1999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예술제본의 세계를 처음 선보인 후 출판인과 미술인의 관심을 모아온 그가 5월 5~12일 서울 신사동 아티그램 화랑(02-512-8990)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불문학을 전공하고 파리에 유학한 백씨는 그곳에서 1,000여 명이 넘는 예술제본가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1992년부터 6년간 파리예술제본장정학교와 파리1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예술제본을 배웠다.

귀국 후 ‘앞장과 뒷장’이란 뜻의 작업실 ‘Recto-Verso’를 열고 환기미술관과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등에서 강의도 해왔다.

백씨는 “예술제본ㆍ장정이란 인쇄된 책이나 각종 기록물을 엮는 과정 전반에 견고하고 아름다운 ‘책치레’를 하는 전문적 작업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일반 종이는 물론 가죽, 판지, 마블 지, 전통 한지 등 40, 50여 가지의 재료를 이용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의 책을 만들어내 보존성과 미감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이 직접 제작한 120여 권의 책과 프랑스에서 예술제본으로 만들어진 문학서, 필사본, 성서 등 200여 권의 작품을 소개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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