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퀴달린 장난감' 성장판손상 사고위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퀴달린 장난감' 성장판손상 사고위험

입력
2002.04.29 00:00
0 0

주부 이모(35)씨는 어린이날 선물 때문에 벌써부터 고민이다.막내 아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데, 지난 해 일을 떠올리면 도무지 사 줄 마음이 나지 않는 것이다.

'없으면 왕따 당한다'는 초등학교 2학년 큰 아들의 통사정에 퀵보드를 사주었다가, 한 달 뒤 아이는 팔꿈치 골절상을 입고 큰 고생을 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퀵보드를 타던 아이가 후진하던 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최근 4년 간 골절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9월에 골절 입원 환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 5월에 골절상을 입는 어린이는 다른 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우내 집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빠른 속도를 내는 인라인 스케이트나 퀵보드 등을 선호하는 것도 골절이 늘고 있는 원인이겠지만 보호장비 착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이다.

퀵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는 다른 놀이기구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헬멧이나 무릎, 팔꿈치 등에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골절상은 물론이고 뇌출혈 등 더 심각한 상해를 당할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조태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이런 ‘바퀴 달린 장난감’을 타고 다닐 만한 주거 환경이 아니다”도 분석한다.

어린이들이 주로 다치는 부위는 넘어지는 순간 땅을 짚게 되는 손목과 팔꿈치 주위이며, 간혹 종아리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대개 어린이들의 뼈는 골막이 잘 발달해 있고 혈액공급이 활발해 골절상을 당해도 쉽게 치유가 되고 후유증도 적은 편이지만, 문제는 성장판이 손상되는 경우다.

성장판은 손목 주위와 팔꿈치, 발목 뼈의 끝부분에 있는 연골조직으로 성장을 담당하고 있다. 어른이 되면 이 부분이 모두 뼈로 바뀌면서 성장이 멈추게 된다.

성장판이 뼈로 바뀐 후에도 간혹 성장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정도는 미미하다.

그런데 이 성장판은 뼈 사이의 연골이다 보니 외부로부터 조그만 충격만 있어도 쉽게 부러져 전체 어린이 골절의 20%가 성장판 골절일 정도로 빈번하다.

성장판이 손상된다 해도 대부분은 후유증 없이 치유되지만 간혹 뼈가 성장하는 데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골절이 일어난 부위의 성장판이 전체적으로 손상되면 해당 뼈만 성장을 멈추면서 짧아지기 때문에 다리의 경우에는 절단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골절된 뼈의 성장판이 일부만 손상되었다면 해당 뼈가 한쪽만 성장하면서 뼈가 휘게 된다. 이런 경우에도 다른 관절에 악영향을 주어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성장 장애가 일어날지 여부는 골절됐을 때에는 잘 알 수 없다. 대개 성장판의 손상이 생기고 수 개월씩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나중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골절이 치유되고 두세 달 정도는 지나봐야 어느 정도 성장 장애 여부를 가늠할 수 있고, 1~2년은 지켜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조태준 교수는 “죽어 버린 성장판을 살려내는 방법은 아직 연구 단계이며 현재로서는 죽은 부분을 잘라내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수술만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법으로도 뼈가 제대로 성장하게 만들 수 없을 때는 짧은 뼈를 길게 해주거나 휜 뼈를 교정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심종섭 교수는 “수술 후에도 다시 뼈가 휘거나 짧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며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성장판 부위에 보호장비 착용해야

일단 성장판이 손상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골절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팔목, 팔꿈치, 무릎, 발목 등 성장판이 손상되면 치명적인 장애를 입을 수 있는 부위에는 보호장비를 갖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조태준 교수는 “얼마 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팔목이 아주 비틀어져 버릴 정도로 심하게 골절된 아이에게 뼈를 맞추고 철사를 박아 고정하는 대수술을 했는데, 만약 그 아이가 팔꿈치에 보호대만 착용했어도 있었어도 성장판이 손상되는 골절은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혹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성장판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인라인 스케이트나 퀵보드 같은 과격한 운동 기구를 타기 전에는 반드시 관절을 유연하게 해주는 준비운동을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