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 달 뒤면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 축구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그 동안 월드컵을 위해 온 국민이 보여준 관심과 성원이 결실을 맺을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88올림픽 때와 비교해 열기가 높지 않아 걱정이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월드컵은 올림픽보다 세계인의 관심과 열기가 더 높은 대회인데도 아직 국민의 관심과 열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걱정이라는 생각이다.
국민총동원체제 비슷하게 치러진 88올림픽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모든 수준이 높아졌고, 평상시 체제로도 커다란 국제 행사를 치러낼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국민의 자신감도 조기 과열을 보이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경청할 부분도 있다. 우선 이번 월드컵을 단순한 축구경기로만 생각한다거나, 개최 도시별로 세 경기 정도만 치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이럴 경우 우리의 경기 성적이 시원치 않을 때 월드컵 열기가 초반에 식어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개최국 입장에서 볼 때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다. 경기운영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면이 있는 그대로 세계에 비쳐진다.
개최국이 좋은 경기 성적을 거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경기 결과에만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세계의 관심은 우리의 경기 성적에만 있지 않다.
지난 98프랑스월드컵대회를 생각하면 해답은 자명해진다. 다양한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통합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 월드컵 역사상 보기 드문 성공사례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선에 참가하는 세계의 축구인들에게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시설을 제공하고, 그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숙박시설과 교통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개최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찾게 될 많은 외국인과 안방에서 미디어를 통해 지켜볼 지구촌 가족에게 우리 고유의 문화와 상품을 선보이고,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문화월드컵, 경제월드컵이 되게 하는 일이 우리의 몫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갖고 있는 저력과 신명을 월드컵에 유감 없이 발휘해야 한다. 88올림픽 때 보여준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다시 한번 발휘하여 '친절ㆍ질서ㆍ청결의 나라', '전통문화와 현대문명이 조화된 다시 찾고 싶은 코리아'의 이미지를 심어주어 진정한 선진국으로서의 기틀을 굳건히 다져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작은 질서를 지키고 주위를 깨끗이 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친절하고 당당하게 손님을 맞아 예의 바른 문화민족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후손을 위해서도 월드컵대회라는 국운 융성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대곤·월드컵문화시민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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