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45분쯤이었을 겁니다. 문 여는 소리는 못 들었대요. 아내와 아이들 셋은 2층 침대에 앉아 얘기하고 있었답니다. 그 자가 총을 난사했지요. 아내는 급히 아이들을 침대 밑으로 숨기려 했지만…. 전 그 때 유대교당에서 예배 중이었어요.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 집으로 달려왔을 때는 이미 다 끝난 뒤였습니다. 4~5세 꼬마들을 코 앞에 두고 총을 쏜다는 것은 정말 인간이 아닙니다.”주말인 27일 팔레스타인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5살짜리 딸 다니엘을 잃은 경찰관 시라 셰피씨는 부상한 아내의 증언을 전하며 흐느꼈다.
이날 요르단강 서안 도시 헤브론 인근 아도라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유대인 정착촌 공격은 4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해 3월 29일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점령ㆍ공격 작전이 시작된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무장괴한은 2~3명에 이스라엘군 복장으로 위장했으며 집집마다 다니며 40여 분 간 총을 난사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들이 정착촌 주변 철조망을 끊고 잠입했으며, 23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헤브론 지역 지도자 마르완 잘룸을 헬기 미사일 공격으로 제거한 데 대한 보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전사들은 잘룸의 소재지를 밀고한 팔레스타인 동료 3명을 노상에서 공개처형하며 보복을 다짐한 바 있다.
사건 직후 한 익명의 제보자는 AFP 통신에 전화를 걸어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아부 알리 무스타파 여단’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민들은 테러 소탕 작전을 헤브론과 가자지구로 확대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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