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팀의 주전 골키퍼 경쟁은 아마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 최근 2경기에 연속 출전한 김병지(32ㆍ포항) 쪽으로 기우는 듯했던 GK 주전자리는 27일 중국전에서 보여준 이운재의 선방으로 다시 균형을 이뤘다.대표팀의 5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 행진은 이날 중국의 6~7차례 결정적 슈팅을 막아낸 이운재의 작품이었다. 히딩크 감독도 “중국의 위협적인 기회를 이운재가 잘 막아냈다”며 “이운재의 능력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칭찬했다.
히딩크 사단에서 둘의 경쟁은 한명이 앞서가면 다른 한명이 곧바로 쫓아가 균형을 이루는 양상이다. 부동의 주전 GK 김병지는 지난 해 홍콩 칼스버그컵에서 미드필드까지 공을 몰고 나오는 돌출행동으로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난 뒤 한동안 대표팀에서 배제됐다.
김병지의 공백으로 무주공산이 된 골키퍼 자리는 당연히 이운재로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김병지는 지난 해 12월 미국과의 평가전을 통해 부활했고 이후 히딩크 감독은 둘을 징검다리식으로 번갈아 기용하며 경쟁을 부추겼다.
히딩크 사단에서의 성적표를 살펴 보면 김병지가 8경기에 나서 5실점, 이운재가 18경기에서 25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실점으로 볼 때는 김병지가 앞선 셈이지만 이운재는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패할 때를 제외하면 막상막하의 실력이다.
사실 김병지 이운재의 경쟁은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주전 GK 최인영의 부진으로 새별 이운재가 독일전에 교체 투입된 뒤 이운재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박종환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김병지가 중용됐다. 김병지의 시대는 차범근 감독 시절까지 이어졌다. 98년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쥐면서 이운재가 주전 골키퍼 경쟁에 다시 가세했다.
김병지는 “누구와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운재는 “최고의 선수를 뽑기 위한 경쟁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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