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두고 ‘가짜 명품(이미테이션)’ 수요가 급증하면서 ‘진짜 제품’이 생산 차질을 빚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월드컵 특수가 가짜 제품에 몰리는 기현상으로, ‘가짜가 진짜를 구축(驅逐)하는’ 양상이다.대형백화점과 홈쇼핑 등에 이태리 라이센스 브랜드 ‘파울라 델룽고’ 합성피혁 제품을 납품하는 K사는 요즘 하청업자의 높아진 콧대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4개 중소 하청공장에 임가공을 맡기는데 3월 이후 이들 업체의 공임이 높아진 것은 물론 납기 조차 제대로 맞추지 않고 있기 때문.
이전에는 핸드백 한 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임가공 공임이 1만3,000원 가량이었지만 요즘은 1만5,000~1만7,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마저도 3월에는 납기를 넘기는 바람에 7,000만원 가량 손해를 봐야 했다.
하청업체가 진짜 브랜드 납품을 꺼리는 것은 월드컵을 앞두고 ‘이미테이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K사 김모(40) 이사는 “영세 하청업자들은 브랜드 납품 이외에도 동대문 남대문 이태원 등에 공급할 이미테이션 제품 생산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월드컵 붐이 일면서 이미테이션 수요가 늘어나자 브랜드 납품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테이션 제품을 납품할 경우 즉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 받는데다 공임 역시 통상 브랜드 납품보다 20~30% 높다는 설명이다.
아예 하청 업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다. 이태리 라이센스 브랜드 ‘크리스챤 나게르’를 생산하는 P사는 그 동안 거래해왔던 하청공장 2곳이 이미테이션 생산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남은 2곳의 하청공장 임가공비도 올들어 30% 가량 높아졌다.
이 회사 설모(46) 영업부장은 “납품 계약이 철저한 고가 브랜드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저가 브랜드 보다는 중가 브랜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상품 시장도 가짜 범람에 울상이다. 월드컵 국내 상품화권 사업대행사는 코오롱TNS로 월드컵 로고 등이 새겨진 모자, 티셔츠, 가방, 열쇠고리 등이 모두 이 업체를 통해서만 유통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동대문, 이태원 일대에서는 월드컵 엠블렘 등을 도용한 상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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