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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이성-목소리를 높여라 / '국민은 준비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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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이성-목소리를 높여라 / '국민은 준비됐는가'

입력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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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눈앞의 과제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16강 진출은 분명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숙원이다. 하지만 16강 진출은 16강 진출일 뿐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장식해 놓고 들추어볼 때마다 감격을 되살려낼 수 있을 쾌거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16강 진출은 한 때의 일일뿐이다.진정 중요한 것은 16강 진출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치러내는 것과, 그 성공적 개최를 발판으로 해서 경제는 당연하고, 그밖의 제반 분야에서, 획기적인 국가발전을 일궈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사고 없이 대회 일정을 소화해냈다 한들, 국민적 염원인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한들, 아니 8강, 4강에 들었다 한들, 우리가 경제 정치 외교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면 우리의 월드컵은 명백히 실패한 것이 될 것이다. 빚 얻어다가 남들 잔치판만 차려준 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1988년의 서울올림픽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서울올림픽에 국력의 거의 전부를 쏟아부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많은 금메달을 따냈었다. 하지만 진정한 금메달, 즉 올림픽을 통한 국가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도 성공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리는 올림픽을 치르고 10여년 뒤에 IMF라는 대 경제환란을 맞이했다. 우리의 서울올림픽이 진정 성공적인 것이었다면 불과 10년 만에 그런 위기에 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서울올림픽에 실패하여 그 후유증이 누적되어 그와 같은 경제환란에 직면했던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되새겨봐야 한다.

지난주 대표팀은 북중미 예선 1위 코스타리카를 2대 0으로 이겼다. 그 승리는 16강 진출에 대한 기상도를 맑게 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비난과 대표팀에 대한 불신이 확연히 수그러들었으며 16강 진출이 다만 염원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국민이 많아지게 되었다. 국가대표팀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도 대표팀만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대표팀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것은, 사실 우리 국민이다. 그러나 우리는 16강 진출이라는 일시적 목표에 온통 신경이 쏠려, 훨씬 중요하고 원대한 과제를 등한히 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 지난 서울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국력을 쏟아부었다. 실패할 경우 또다시 IMF와 같은 환란에 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월드컵에서 성공해야 한다.

우리는 16강 진출보다 훨씬 중요하고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남은 기간을 준비해야만 한다. 우리도 대표팀만큼 준비되어 있기 위해서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좀더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경제 정치 사회 외교 문화 모든 면을 다시 한 번 점검하여 보강하고 극대화해야 한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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