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공급이 달리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만 해 놓으면 아무리 비싼 아파트라도 팔 수 있다는 건설업계의 전근대적 사고와 관행을 뜯어고쳐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할 계획입니다”건설업계의 과도한 분양가에 제동을 걸고 나온 배경동(裵慶東) 서울시 주택국장은 분양가 거품이 사라지고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건설업계와 ‘싸움’을 거두지 않을 작정이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에 참여한 3개 건설업체에 대해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했다며 자율조정권고를 내렸다.
이들 업체가 주변 아파트 시세에 준하는 가격으로 분양가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의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 대한 이 같은 압박을 주도하고 있는 실무 책임자가 바로 배 국장이다.
배 국장은 분양가 거품이 기존 아파트가격을 동반상승 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에 과도한 분양가를 규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IMF이전에는 기존주택의 70~80%에 불과했던 분양가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금은 110~130%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이 같은 분양가 상승이 IMF를 고비로 한풀 꺾였던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분양가 상승에 따른 주변시세의 동반상승은 전ㆍ월세 가격까지 견인해 결국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분양가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는 수리적 근거도 담겨있다. 예컨대 건설업체들이 서울 강남지역에 내놓고 있는 1,200만원의 평당 분양가는 건축비와 토지가격 등을 최대한으로 인정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게 부풀려진 액수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건설업체에 권고하고 있는 분양가 수준은 신규아파트가 들어설 지역의 기존 아파트 시세다. 배 국장은 “주변시세에도 이미 거품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기준도 사실은 비현실적”이라며 “앞으로는 주변시세 이외에도 건축비와 토지매입비의 세부항목을 모두 분석하는 원가개념의 기준가격을 병행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 국장은 건설업계의 모럴해저드 외에 제도적 규제장치의 미비도 지적했다. 그는 “건설업계가 자율적으로 분양가의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세무당국이 나서야 하고 20세 이상 개인에게 청약권을 주는 현행 제도도 가구 단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과도한 분양가를 잡고 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근본대책은 후분양 제도의 조속한 시행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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