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4월29일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68세로 작고했다. 로마 토박이로 태어난 레오네가 영화계에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은 단역배우로서다.잠깐 스친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관객은 거의 없겠지만,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걸작 ‘자전거 도둑’(1948)도 레오네의 출연작이다.
레오네는 이내 윌리엄 와일러, 마빈 르로이, 라울 월시 등 헐리우드 감독 밑에서 연출을 배운 뒤 영화감독으로 나섰다.
마지막 작품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뉴욕 빈민가에서 만나 암흑가의 갱으로 성장한 두 친구 누들스(로버트 드니로)와 맥스(제임스 우즈)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1990년대 들어 평론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필름 누아르 장르의 한 경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레오네는 조금 이상한 웨스턴 영화를 만드는 상업주의 감독이라는 낙인을 벗고 진정한 거장으로 재평가되었다. 레오네는 만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러시아’라는 제목으로 러시아 혁명을 담은 대작을 구상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1960년대 영화팬들에게 레오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밴 클리프가 열연한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무법자’(1966)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레오네는 이 영화들을 통해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의 창시자가 되었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미국 서부극을 본떠 만든 이탈리아 영화를 가리킨다.
주로 멕시코를 무대로 삼은 이 장르는 미국 서부극의 위선적 개척정신을 잔혹성으로 대치했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용어는 동아시아제(製)고, 정작 미국에서는 딴 종류의 이탈리아 국수 이름을 따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부른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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